국무총리 조세심판원(원장 안택순)이 그동안의 관행의 틀을 깨고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한다.
지향점은 '납세자권리구제 기능'의 업그레이드다. 그동안 자잘 자잘한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고 심판원에 대한 안팎의 평가 또한 절하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어떤 성과를 내게 될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심판원은 23일 "세제운영의 3대축 중 조세행정(기재부), 징세행정(국세청 등)은 지속적으로 조직과 기능이 발전해 온 반면, 납세자권리구제(심판원) 기능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지체되고 있다는 평가"라며 납세자권리구제 강화를 핵심으로 한 '조세심판원 개혁안'을 발표했다.
심판원 개혁안의 기본틀은 지난 2월말 발표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사항이다. 당장 권고사항에 담긴 수준의 제도 및 조직개편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해, 현실에 최적화된 개혁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납세자 억울함 호소할 기회 더 늘린다
평균적인 수치지만 심판원의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가 1건당 평균 심리시간이다.
인원은 적고 처리할 사건도 많기 때문인 측면이 강하지만 1건당 평균 심리시간이 고작 '8분'에 불과하다는 것은 납세자권리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또한 92%의 사건이 달랑 1회 심판관회의로 종결되면서 납세자가 자신의 억울함이나 이를 증명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못했다. 의견진술 기회도 적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5~10분 정도에 불과한 형편이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최초 심판관회의에 참석한 심판청구 당사자가 추가주장이나 증거자료 제출 등을 요청하는 경우 차기회의를 열고 모든 심판관회의에서 양 당사자의 의견진술을 전면 허용해, 납세자가 자기주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함흥차사' 심판사건 없앤다
이와 함께 평균 6개월, 최악의 경우 1년 이상 소요되고 있는 사건처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특히 사안이 복잡하거나, 세액이 클 경우 이를 고의적으로 회피하며 '장기미결사건'으로 만들어 버리는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걷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심판원은 쟁점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을 동일 심판부에서 병합심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도입한 표준처리절차(심도 있는 심리가 필요한 사건은 항변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면서 180일 이내에 사건을 종결시키도록 하는 절차)를 보다 엄격히 적용,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6개월 이내 처리하고 사안이 복잡한 사건도 1년 이내 종결하도록 유도해 장기미결이 발생하는 통로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급박한 사정이 있는 영세납세자가 신청하는 경우 사건을 우선처리하도록 하는 '우선처리제도'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앞으로는 모든 심판관회의 개최 14일 전 당사자에게 회의개최 사실을 통보하는 등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사건진행상황 정보공개를 의무화, 심판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청구세액이 일정금액 이상인 경우 당사자의 신청과 관계없이 회의자료를 사전에 제공하고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주장과 그 이유를 작성한 요약서면을 조세심판관에게 원문 그대로 전달해 심리의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전문성 제고하고 인력도 늘린다
심판원이 외부로부터 가장 평가절하되고 있는 대목은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심. 심판원은 이러한 외부의 의심을 걷어내기 위한 차원에서 행정실 기능을 부분적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즉 행정실 조정계에서 담당하고 있는 조정검토(심판부 의결의 종전 심판결정례, 대법원 판례 부합 여부 등을 검토하는 절차)' 업무를 분리 조정검토의 전문성과 신속성, 중립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또한 청구사건 증가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임심판관 및 실무인력을 증원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안택순 심판원장은 "심판원은 향후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번에 마련한 개혁 추진과제를 2020년 상반기 내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