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차명주식 명의신탁관계 계속 유지, 양도세 부과 적법"
허 전 회장, 양도소득세 5억원 탈루 혐의 기소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최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양도소득세 불복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으로 사회적 공분을 샀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양도소득세 소송에서 패소한 데 이어 최근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됐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은 허 전 회장의 자금 은닉처로 지목된 A사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고법 행정1부(재판장 최인규 부장판사)는 허 전 회장이 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양도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허 전 회장이 명의신탁한 주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며 허 전 회장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허 전 회장은 2001년 대한시멘트 등 대주 계열사와 함께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841만주를 취득하고 주식 분산을 위해 이듬해 대한시멘트로부터 이 중 120만주를 사들였다.
이후 허 전 회장은 지인과 거래처 대표에게 각각 60만주를 명의신탁했다.
국세청은 2014년 세무조사를 통해 허 전 회장이 2002~2010년 명의신탁된 주식을 직접 처분하고 매도대금을 인출해 사용했으면서도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양도소득세 14억5000만원을 허 전 회장에게 부과했다.
허 전 회장은 2007년 1월 사실혼 관계인 황모씨에게 명의신탁한 주식 38만주를 증여했고, 거래처 대표가 명의신탁한 주식을 임의로 처분해 버렸기 때문에 주식 처분에 따른 양도소득세 납부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은 "허 전 회장이 지인에게 명의신탁한 주식을 황씨에게 증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명의신탁관계가 계속 유지됐다고 볼 수 있으므로 명의신탁 주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며 허 전 회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허 전 회장이 사실혼 배우자인 황씨에게 증여했다는 주식은 총 38만주에 달하고 그 가액도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거액의 주식 증여에 대해 증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는 등 증여 자체를 인정할 객관적 증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별도의 증여세가 납부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거래처 대표가 주식을 임의로 처분했는지에 대해서도 1심은 "거래처 대표가 허 전 회장의 의사에 반해 주식을 처분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대한 과세는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허 전 회장은 "사실혼 배우자인 황씨가 명의신탁 주식을 직접 관리·처분했기 때문에 주식이 증여됐다"며 항소했지만 2심 법원도 허 전 회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황씨의 친척이 주식 매도 등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황씨가 주식의 관리·처분과 관련해 친척에게 지시를 했다는 등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4년 허 전 회장은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등 수십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국세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검찰은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허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하지만 당장 허 전 회장의 소환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허 전 회장이 2015년 다른 조세포탈로 선고받은 세금과 벌금 등 500억여 원을 대부분 납부하고 뉴질랜드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허 전 회장은 2010년 400억원 상당의 세금과 벌금을 납부하지 않은채 뉴질랜드로 출국했다가 2014년 카지노에서 도박한 혐의로 귀국해 재판을 받았지만 벌금을 낼 돈이 없다며 일당 5억원의 구치소 노역을 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