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도발로 우리 기업들이 핵심 소재 부품 공급에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부가 핵심 부품 등 '공급 자립화'를 위한 지원예산을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일본이 지난 28일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안을 강행하면서 정부도 더 이상 핵심 소재와 부품 등 공급을 외부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인식하에 전방위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소재·부품·장비 자립화(2.1조원) ▲D.N.A. + BIG3(4.7조원) ▲혁신인재 양성 및 주요 선도 사업 등(3.7조원) ▲창업·벤처 투자(5.5조원) 등 분야에 총 15조9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올해 예산(10조6000억원) 대비 50%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분야의 부품 공급 안정을 위해 대규모 R&D 예산을 투입하고 중소기업이 소재나 부품, 장비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R&D 지원 예산을 신설했다.
데이터, 네트워크, AI 경제 구축을 위해 고서능 컴퓨팅 이용 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인공지능 융합 집적단지 조성 예산을 신설하고 4차 산업혁명 분야 인재 양성에 예산지원을 대폭 늘린다.
|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공급 위기…대규모 기술개발 지원 나선다 |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공급 차질이 예상되면서 정부가 핵심 소재와 부품, 장비 등의 공급망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대적인 예산 투입을 결정했다.
올해 관련 예산은 6384억원이었지만 내년에는 1조2571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6대 분야 핵심 100개 품목의 조기 공급 안정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R&D에 집중 투자하고 전략 핵심소재 자립화를 위한 기술개발 등 3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사업절차를 단축해 신속한 기술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타 면제 사업은 ▲전략 핵심소재 자립화 기술개발(1.6조원)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기술개발(855억원) ▲Tech-Bridge 활용 상용화 기술개발(2637억원) 등 3건으로 총 2조원 수준이다.
핵심 소재나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과 공급받는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사업단을 만들어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고, 대·중견기업 수요를 중소기업이 받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소재·부품·장비 전용 R&D'를 신설하는 등 총 1186억원(4개 사업, 600개 과제)의 예산을 쏟아붓는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R&D를 통해 결과물을 내놓으면 이를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성능평가를 위해 공공 나노팹 등 테스트베드 장비 지원에 723억원을 투입하고 소재부품지원센터 내 특화장비를 구축 가상시험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만드는데도 990억원의 예산을 쓴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조기 사업화를 위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의 생산라인에서 직접 평가할 수 있도록 400억원의 예산도 지원할 계획이다. 핵심 기술개발 및 사업화, 해외기술 도입에 필요한 민간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5000억원 규모의 소재부품 전용 펀드도 조성하는데 39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 빅데이터·AI·미래자동차 등 미래먹거리 개발 전폭 지원 |
정부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D.N.A., BIG3 분야에 대한 지원 예산을 올해 3조2000억원에서 내년 4조7000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D.N.A란 데이터, 네트워크(5G), 인공지능(AI)의 약자이며 BIG3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를 뜻한다.
AI솔루션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셋을 구축·제공하고 고성능컴퓨팅 이용 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사업화 바우처 등을 확대하는데 762억원을 투입한다. 민간의 AI연구를 촉진하는 경진대회 개최에 132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딥러닝 등 AI기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R&D에는 62억원의 예산을 신설했다.
자동차 등 주력산업을 혁신하는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인공지능 융합 집적단지 조성에 신규로 42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시각장애인 길 안내 등 사회현안 해결 제품·서비스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대폭 늘렸다.
5G 핵심·선도기술을 재난·SOC 관리 등 공공서비스 개선 분야에 적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해 139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동대문 VR 쇼핑몰 등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663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미래차 등 주력·신산업 분야의 핵심요소인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기업과 팹리스간 협력을 위한 R&D 지원에도 891억원을 투입한다. 팹리스란 반도체 생산시설 없이 설계와 개발만 수행하는 설계전문기업을 의미한다.
바이오 헬스 분야에서의 예산도 올해 1조1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2000억원 늘렸다.
구체적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개시하는데 150억원을 투입한다. 빅데이터에는 100만명 수준의 정보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을 5개소 지정해 운영하는데 93억원의 예산이 책정했으며 빅데이터 공유플랫폼을 개발하는데 117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치매 등 난치병 극복을 위한 진단·치료기술 연구개발 투자 및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을 위해 31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의 기술개발에도 1조5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전폭 지원에 나선다.
전기·수소차의 충전속도를 2배 빠르게 하고 주행거리를 600km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성능을 개선하는데 내년 3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자율주행차의 테스트베드에 14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친환경차 구매보조금과 충전소 구축 등 친환경차 보급확대에 1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 혁신인재 4.8만명 양성... 유니콘기업 육성 5.5조원 투입 |
향후 4차 산업혁명 분야 인력난 발생을 우려해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총 23만명의 혁신인재를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한 상태. 내년에는 이 분야에 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AI대학원을 3개에서 8개로 확대하고 AI융합교육을 위한 권역별 지능화센터를 신설하는 한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본격 운영 등 AI·SW인재 양성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대 핵심산업(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신설하는 한편 BK 21사업 내 '혁신성장 선도인재 양성형'을 신설(6400명)하는 등 대학원 정규 교육과정 지원사업을 4차산업 맞춤형으로 전환하는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학 학부 교육을 미래사회 핵심역량 중심으로 개편하는 '대학혁신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성과평가 인센티브 도입하는 한편 신산업분야의 전문기술인재를 양성하고 평생직업교육 체제 구축을 위해 전문대학혁신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혁신적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역대 최대규모의 창업·벤처 투자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만 5조5000억원.
구체적으로 모태펀드에 1조원의 예산을 출자해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벤처시장에 공급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민간자본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도록 혁신모험펀드에 4000억원을 출자해 3조2000억원 규모의 스케일업펀드를 공급하기로 했다.
우수창업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성화되도록 글로벌 창업사관학교 1개소를 신설하고 코리아스타트업센터 2개소를 추가로 개소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