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합 '정유라 말·영재센터 지원금' 뇌물 인정
파기환송심 뇌물 액수 늘어나 형량 증가 가능성↑
박근혜 '분리 선고 위반' 파기환송·최순실 강요죄 무죄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열린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정유라 말 세 마리'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사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본명 최서원)씨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이들 사이에 뇌물이 오고갔다며 이와 달리 승계작업이 없었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과 횡령액수가 늘어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형량 증가와 함께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2시 진행된 국정농단 사건의 상고심 선고에서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의 유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쟁점은 이 부회장의 하급심에서 서로 달리 판단했던 '뇌물'의 인정 범위였는데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단을 대부분 뒤집었다.
대법원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34억원)'과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1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먼저 '정유라 말'에 대해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살시도·비타나V·라우싱' 등 말 구입대금을 뇌물로 제공했고, 최씨는 말들을 받았다고 봤다.
대법원 전합은 "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 2015년 11월 15일 '살시도'를 비롯한 구입할 말들에 관해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말들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말 구입대금이 뇌물로 공여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을 전면 부정한 셈이다.
전합은 말 구입대금이 뇌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자금으로 말 구입대금을 지급한 것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횡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할 수 없어 영재센터 지원금도 뇌물이 아니라고 본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단도 뒤집었다.
전합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 또는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는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며 "원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영재센터 지원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와 그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한에 비춰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통령의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죄와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차량 구입대금,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뇌물공여 및 횡령,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해선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특검의 상고를 기각했다.
전합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뇌물 부분을 다시 판단해 뇌물액수를 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이 말 세 마리와 영재센터 후원금을 모두 뇌물로 본 만큼 뇌물액수가 늘어나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대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이번 일로 많은 분들에 대해 절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전했다.
한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장인 김경율 회계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승계작업을 인정함에 따라 그동안 삼성측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수없이 제기한 승계작업이 없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행위를 단죄하는 것에 대해 일부 국민들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은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 중 삼성의 실적이 오히려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설사 이 부회장이 재구속 되더라도 삼성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에 피고인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배너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합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상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다른 혐의와 분리해 선고해야 하는데도 하급심 재판부에서 이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최씨에 대해선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 해당할 정도의 협박이 아니라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앞서 항소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 최씨는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 이 부회장은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