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시행령 개정 작업 중, 10월 초 바로 작동은 아니다" 강조
"분양가 상한제, 강력한 효과 있지만, 공급 위축 등 부작용도 있어"
靑-김현미, 내년 총선 고려 서울아파트 가격 상승 우려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력 주장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와 관련해 "시행령 개정 작업 중이지만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거듭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개선안 발표 전에 세 차례 했던 것처럼 제가 주재하는 관계장관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부동산으로 횡재소득(불로소득)을 얻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의지를 정부는 가지고 있다"면서도 "분양가 상한제는 강력한 효과도 있지만,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이 있어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부동산경기 침체를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동향 등을 점검해서 관계부처 협의로 결정할 것"이라고 여전히 부정적 입장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12일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수도권 중심의 전국 31곳의 '투기과열지구'내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추진안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필수 요건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꿨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 모두와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그리고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도 앞당겨,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똑같이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달 8일 서울아파트값이 이례적으로 상승한 것을 우려하며 "민간택지의 경우에 있어서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달 20일까지 입법 예고되고, 이후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유예기간 없이 이르면 10월 초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반면 여권인 민주당과 정부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분양가 상한제 강력 드라이브가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에 부동산 건설경기를 더 위축시켜 내년 총선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3일 법 개정안 발표 후 즉각적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제도 도입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효과 측면에 대해서는 긍정 외에 일부 풍선효과나 공급 축소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민주당 간사인 윤 부의장은 "정부여당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이 정책을 만들고 적용해갈 것"이라며 김 장관의 발표에 대해 다소 부정적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민주당과 정부 경제수장인 홍 부총리가 김 장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가 도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서울아파트 가격 폭등이 내년 총선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김 의원 주장을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홍 부총리가 이날 거듭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신중론을 제기하며 10월 시행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이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보합세 또는 일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다시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등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