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오찬간담회서 "총선 다가와 정치적·국민적 갈등 증폭 우려 있어"
원행 "종교인도 책임서 자유롭지 않아···흔들림 없이 걸어가시라"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내 6대 종단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론 통합을 위한 종교인의 역할을 당부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지금 2년 가까이 흘렀는데, 국민통합이라는 면에서는 협치를 위한 노력도 하고, 또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시행하면서 우리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지만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내 6대 종단 지도자들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우리 정부는 아시다시피 집권 후부터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세우면서 공정한 사회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공수처 설치라든지 검찰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국민들의 공감을 모으고 있었던 그런 사안들도 정치적인 공박이 이뤄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것을 놓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론이 분열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아마 앞으로 또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더 높아지고, 정치적 갈등은 곧바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증폭될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향후 정국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선 "한편으로 이번에 우리가 또 하나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한 것은 국민들 사이에 공정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점"이라며 "불법적인 반칙이나 특권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제도 속에 내재돼있는 그런 불공정까지 모두 다 해소해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도 속에 어떤 불공정한 요인이 내포돼 있는지 이런 것들을 찾아내고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 건강한 논의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공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가운데 말하자면 정치적인 공방거리만 되고 있는 그런 실정"이라며 "우리 정치가 아주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정치권을 향해 각성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한 종교지도자들에게 2017년 처음 간담회 때 '우리 정치가 국민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부족한 점이 많으니 우리 종교 지도자님들께서 우리 국민들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 좀 큰 역할을 해 주십시오' 라고 한 발언을 떠 올리면서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서 대통령인 저부터 우리 정치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역시 종교지도자께서 더 큰 역할을 해 주셔야겠다"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이에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난 2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적지 않은 갈등을 겪어야 했다. 종교인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님께서 우리 대한민국 사회를 가장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시다면, 부디 흔들림 없이 그 길을 더욱 힘차게 걸어가시라"고 화답했다.
원행스님은 이어 "한국 불교 역사를 대표하는 고승 원효스님은 화쟁의 가르침을 주셨다"며 원효스님을 '온갖 서로 다른 주장의 단서들을 잘 찾아 융합하고 늘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논설을 이뤄내신 분'이라고 비유해서 소개했다.
원행스님은 또 "화쟁의 중심은 지극히 공정하고 가장 공정한 경지인 '지공'(至公)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 추구하는 '공정사회'는 바로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교지도자들 또한 우리 사회의 통합과 평화, 보다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서 국정 운영에 모든 힘을 보태고 함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오찬간담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김성복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송범두 천도교 도령, 김영근 성균관장 등이 참석했다. 다만 박우균 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은 개인사정상 불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