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LG의 美 추가소송은 2014년 합의안 파기"…손배 청구
LG "등록국 다르고 권리범위도 차이…합의서에 문구없다"
◆…SK이노베이션/LG화학 CI.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둘러싸고 반년 이상 이어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간 대립이 다시 한 번 확전 양상을 띠게 됐다. LG화학이 지난달 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침해 관련 추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약 5년전 체결했던 '부제소 합의'를 깼다며 맞대응에 나서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2차로 ITC 등에 제기한 소송에서 2014년 양사가 '대상 특허로 국내외에서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건을 파기한 책임을 물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사업 미국 법인 SKBA, 피고는 LG화학이다. 원고측은 합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으로 LG화학에 우선적으로 각 5억원씩 청구했으며 소 취하 청구 판결 뒤 10일 이내 LG화학이 특허관련 미 소송을 취하하지 않을 경우 완료 시까지 지연손해금 명목으로 각 사에 매일 5000만원씩 지급하라는 청구 내용도 담았다.
지난 9월말 LG화학은 ITC와 미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이 5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4월 미국에서 SK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두 회사간 갈등이 촉발된 뒤 날 선 대립을 이어오다 추가적인 공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2차 소송에 2014년 양사가 체결한 분리막 특허(KR310)에 대해 '대상 특허로 국내외 쟁송하지 않겠다, 10년간 유효하다'라는 내용의 합의를 깨고 KR310을 포함시켰다"며 "이에 LG화학이 2차 소송을 통해 특허침해를 주장한 분리막 관련 3건의 특허에 대해 스스로 취하할 것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취하 청구 대상에는 KR310 외에도 과거 분쟁 대상인 국내 특허에 해당하는 미국 특허 US517과 후속특허 US241, US152 등이 포함됐다. 이 중 US517의 경우 2011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처음 특허침해를 주장했다 패소한 KR310과 동일한 특허인 만큼 청구 대상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SK측은 "KR301 특허는 과거 LG화학이 특허침해 소를 제기한 이후 관련 소송에서 연이어 패하자 2014년 합의에 이르기까지 쟁점이 됐던 건으로 LG측 소장에도 'KR310은 미국 특허 US517에 일치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양사 합의 기본 목적이 '관련된 모든 소송 및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므로 LG화학이 후속 특허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명백한 쟁송 금지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의 의무 위반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사업 방해가 심각하고 사업 가치 훼손도 크다고 판단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LG화학이 건전한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고 과거 먼저 합의를 제안해 추가 쟁송 않기로 합의한 사안까지 확대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LG화학은 특허 등록 국가가 다르고 한국과 미국의 권리 범위에 차이가 있어 별개의 특허라는 입장이다. 특허독립(속지주의) 원칙상 각국 특허가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유지되고 나라마다 권리 범위도 다르다는 것이다. 또 과거 합의서에 등록된 한국특허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는 근거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년 전 영업비밀 침해와 인력 빼가기 주장으로 불거진 두 회사간 대립 범위가 2011년 시작됐던 소송까지 꺼내든 특허전으로도 확대된 가운데 전문가 등 업계 안팎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중재에 나서려던 정부도 한 발 물러서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번 대립각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