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시정연설서 '교육 불공정' 대책으로 '정시 확대' 언급
전교조 "대통령 발언 신중하라" 발끈, 한국교총 "교육현장 혼란 초래"
'정시확대 없다'던 교육부도 당황···"11월중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할 것" 수습 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교육 불공정' 관련 대책으로 '정시 확대' 발언을 한 데 대해 전체 교육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연설에 앞서 인사하는 문대통령(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교육 불공정 심각' 여론에 따른 대책으로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전교조 등 진보교육단체는 물론 보수교육단체인 한국교총까지 반발하는 등 파장이 일었다.
또한 전날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정시 확대는 없다'고 유은혜 장관 발언이 있은 후 나온 발언이라 교육부도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는 등 교육계가 일대 혼란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전교조는 문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 한마디로 대입체제 개편 논의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교육 백년대계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며 "대통령으로서 '공정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수용하고 민심을 달래는 자세는 필요하나 이를 대입제도 개편과 연관해 발언하는 것은 신중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특히 "고등교육법서 4년 사전 예고제를 법제화했다. 작년 공론화위원회의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수능 정시 비중 30% 확대라는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불가능한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으며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교조는 그러면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포함한 당정청이 '정시 확대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며 "정부 부처간 정책적 엇박자가 나는 일은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질타했다.
보수교육단체인 한국교총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시 확대 등을 포함한 입시 개편을 공식 거론한 것은 당정청간 엇박자를 드러낸 것이자, 교육현장의 혼란과 혼선만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반발했다.
교총은 이어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대통령의 정시 확대 입장으로 또 다시 급선회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도 비판했다.
교총은 아울러 "수시‧정시 비율이 지나치게 한쪽에 쏠리는 문제를 해소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측면에서 교총은 정시 확대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고 요구해 왔다"면서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발표된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2022학년도 정시 비중을 30% 이상 반영하기로 했고,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이미 30%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그러면서 "이번 (대통령)발언이 30% 이상을 뛰어 넘는 비율을 각 대학, 특히 학종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 특정 대학에 강제하겠다는 의미라면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해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교육부에 향해서도 "대입제도 개편은 국민적 관심사이자 국가사무라는 점에서 교육부가 책임을 지고 논의의 중심이 돼야한다"며 "정치적 요구나 예단에 의해 일방적‧졸속적으로 진행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이와 관련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의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면서 "교육부는 학종 실태조사 결과 및 유관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11월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긴급 수습에 나섰지만 여파는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