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한전희 칼럼니스트
“제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요?”<아직 60대인데 한참 더 살겠지요>“그래도 대강 언제쯤...”<2년 전 정유(丁酉) 년에 한고비 넘겼고 70세 되는 계묘(癸卯) 년이 위험한데 잘 넘기면 90대까지 살 수 있을 겁니다.>
20년 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도망 나와서 “괜찮겠느냐?”라고 물었던 적이 있던 일본인.
그의 명은 갑오(甲午) 년, 계유(癸酉) 월, 정유(丁酉) 일, 계묘(癸卯) 시. 대운 1.
짐작건대, 일본과 한국에 있는 자식들에게 유산을 분배하려는 듯 보였다. 그는 아버지가 무서워 공부만 하며 대학을 마쳤다.
유명 대학 경제학부를 마치고 노무라증권에 취직, 파생상품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결혼을 아버지의 명에 따라 했다.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아버지의 사망과 함께 술집 출입이 시작됐다. 잦은 술집 출입 끝에 술집의 예쁜 아가씨에게 마음을 빼앗겨 딴살림을 차렸다. 여기까지는 순탄했다.
그러나 술집 아가씨가 본 부인과 이혼하라며 생떼를 쓰기 시작했고 어느 날 오빠를 데리고 나타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많은 돈을 주며 달래도 보고 떼어내려고 할수록 복잡하게 꼬여 들었다. 술집 아가씨의 오빠는 야쿠자 행동 대원이었으므로 칼을 들이대며 위협하기 일쑤였다.
괴로움에 짓눌려 죽을 것 같았던 나날을 보내던 끝에 한국으로 탈출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배운 도둑질을 이용했다. 우선 술집의 마담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숨겨 달라며 넉넉한 하숙비를 제공했다.
숨어 지내다시피 하며 20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에서 파생상품으로 거금을 모았다. 2년 전 정유년 계묘월에 일본에서 아들이 찾아와 일본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다시는 찾지 말라”라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돈은 엄청 많은데 왜 괴로운 삶이 됐을까?
그의 명을 보면 자(子), 오(午), 묘(卯), 유(酉)의 변형으로 아픔이 많게 돼있다.
지지(地支)에 없는 자(子)가 천간(天干)으로 나와 계수(癸水)가 되었음이 문제인데 아버지 자리가 계수요 자식의 자리도 계수다. 더욱이 술집 여자도 계수의 기운으로 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돈이 많은 것은 암재(暗財) 유(酉)가 편재요, 증권·파생상품을 뜻하는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 되었던 것은 년의 갑오(甲午)가 도움이 됐다.
조상이 쌓은 덕이 있었고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의 도움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머리와 착한 심성을 물려받았고 여성적인 면이 있긴 해도 대범함이 때때로 돋보이기도 하는 형태다.
삶에 있어서 돈은 꼭 필요하지만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고 잘 못쓰면 괴로움의 구렁텅이 속에 빠져들기도 한다.
한정희 명리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