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면담'에서 '회담' 변경, 시간도 연장, 日도 회담 중시 뜻
친서엔 정상회담 제안 없어, 이 총리가 완곡한 기대 표명한 것
'한국은 약속 안 지키는 나라' 日 프레임 끊어야겠다 생각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약 21분간 회담했다. 양 총리는 교착상태의 한일관계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에 공감대를 가졌다.(사진=더팩트.국무총리실 제공)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면담 때 전달된 문재인 대통령 친서와 관련, 외교관례상 친서의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취지라든지 요지는 친서에 구체적인 정상회담 제안 같은 것이 없었다"고 25일 말했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청와대)
조 차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우선 어제 일본 관방장관 기자회견에서 '친서에 정상회담 그런 게 있느냐?'는 일본기자의 질문에 관방장관이 '친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 이렇게 답변을 했다"고 같은 취지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친서 내용도 그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차관은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간 면담 분위기에 대해선 "한일 관계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 주제는 굉장히 무거웠다"면서도 "나름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지한 대화를 했다. 이렇게 분위기를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당초 (면담이) 10분이라서 우리가 너무 짧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조금은 늘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기대 정도를 가지고 갔는데 사실은 2배가 조금 넘는 시간이 됐다"면서 "그래서 일본측이 나름 조금 중시한다는 걸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원래는 '면담'이라고 해서 그렇게 준비했는데, (면담)하루 전부터 자료가 '총리 회담'이라고 표시가 되더라. 그래서 뭔가 일본측도 이번 기회를 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그런 느낌 받았다"고 언급했다.
조 차관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공감된 점'에 대해선 "2018년 10월 (강제징용 관련)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에 한일 관계가 서로 힘들어졌는데 어제 총리 회담으로 한일간 최고위급 회담이 1년 만에 열린 셈이죠. 그런 점에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워낙에 양측 기본 입장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그걸 한 번에 총리 회담했다고 해서 그렇게 좁히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 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그런 용어 표현을 사용했다"고 향후 진행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대법원 판결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 그건 서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대응을 했고, 또 일본이 '양국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약속을 지켜라' 이렇게 얘기를 한 데 대해서는 우리 총리께서 '65년 청구권 협정 우리는 존중하고 준수한다. 앞으로도 그런다. 약속을 지키고 있다' 고 얘기를 했다"면서 "또 일본이 '한국이 관계 복원을 하는 계기를 만들라'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이 총리께서 '서로 지혜를 모을 일이다'라고 대응을 했다. 그런 점에서는 좀 팽팽했다고도 할 수 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달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입장에서 신경을 쓴 건 워낙 그동안 일본이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다. 국가간의 조약을 준수해야 된다' 이런 점을 반복하는 등 일종의 그런 프레임을 형성을 해 온 면이 있다"면서 "이번에 그런 프레임을 좀 끊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고 덧붙였다.
'한일 정상회담 제안'과 관련해서 조 차관은 "이 총리께서 귀국길 기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저희들이 날짜, 시기 이런 구체적인 정상 회담이라는 그런 제안은 아니었다"며 "다만 이 총리께서 아베 총리에게 한일 관계 분위기가 잘 개선되면 두 정상이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하는 기대감을 언급한 그런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의 무응답'에 대해서도 "그런 반응도 저희들이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 '어느 정도 해결안 같은 게 마련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쉽지 않다'는 입장을 일본은 쭉 갖고 있었다"며 "그래서 이번에 이런 정도로 기대감을 표현하는 완곡한 어법 정도로 우리가 언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정상 회담을 제안했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한 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항상 정상회담에는 열린 입장을 갖고 있고 '일본이 좋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런 입장은 있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친서 전달'과 관련해서 조 장관은 "친서는 회담이 끝날 무렵에 이 총리께서 전달을 하셨고 아베 총리는 일어서서 그 친서를 두 손으로 접수 받았다"며 "그러고는 친서를 보내주신 데 대해서 감사하다는 사의를 표명한 정도였다. 왜냐하면 거기서 친서를 바로 뜯어보거나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간략히 답했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예정된 시간보다 길게 21분간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 전달과 함께 '한일 관계가 중요하므로 대화를 이어가야 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여전히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며 한일 관계의 근본적인 기반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임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가 급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렇다고 한일간 역사적 인식 간극을 빌미로 경제나 안보의 문제까지를 깨고 한일 동맹 나아가 한미일 동맹관계를 비정상화시키는 데는 더 큰 위험이 있다는 부담감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무쪼록 1년 만에 재개된 한일 최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도록 양국은 돌파구를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