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소장 "학종 비중 높아, 폐단 커지고 있어"
전대원 대변인 "교사-학생-교수 3원의 일치점 찾아가는 과정이 학종"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 발언을 한 이후 교육계가 입시 제도를 두고 찬·반 양론으로 갈라진 가운데 교육부가 이달 말까지 개선대책을 내놓기로 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부는 서울의 13개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실태 조사 결과를 이번 주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 결과가 이번 대입 제도 개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최근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정시 확대'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하지만 진보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시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은 4일 "학종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이 논란의 핵심에 있다"며 '정시 확대'가 기울어진 교육 운동장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캡처)
이현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대담에 나와 "논란이 되는 건 서울을 중심으로 주요 대학들이 한 다섯 가지로 펼쳐지는 수시 전형 중 학종의 비중을 굉장히 늘려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 입시 중 수시 전형이란 '교과 전형(학생부 위주 전형·내신 성적 중심)', '학생부 종합 전형', '실기 중심의 특기자 전형', '논술 전형', '약자 배려를 위한 사회 통합적 전형' 다섯가지로 구분된다. 이 소장은 이중 학생부 종합 전형, 소위 '학종'의 폐단이 가장 크다고 본 셈.
이 소장은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의 입시 전형에 대해 "서울대는 학종 전형으로 80%를 뽑는다"며 "지역 균형이나 기회 균형같이 이전부터 있던 전형을 빼고 보면 절반 이상을 수시 일반, 즉 학종으로 선발하고 있는 거다"고 밝혔다.
또 "고려대도 60% 이상이고, 연세대는 비중이 낮았었는데 이제 그 비중을 굉장히 늘리는 상황"이라며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50% 이상, 많게는 70%, 80%까지도 학종 전형으로 뽑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종의 폐단에 대해 "문제 핵심은 학종 전형이 서류(학생 활동 기록)가 중요하다는 점과 학교가 어떤 가에 따라 영향이 크다는 점"이라며 결국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진 상태라는 점을 주장했다.
반면, 이날 대담에 나온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학력고사 때도 그랬고 수능 때도 그렇고 지금 정시도 시험 하나를 가지고 아이들 줄 세우는 게 굉장히 불합리하고 또 한 줄 세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모호한 기준을 가진 정시 확대보다는 수시 전형을 보다 다양하고 균형감 있게 추진하는 게 옳을 대안임을 강조한 셈이다.
전 대변인은 "제가 지금 교육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고, 학종 관련 학생부 기록을 하고 있다"면서 "이걸 불공평하게 한다는 건 현재 학부모나 학생들의 감시 수준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변화해 온 교육 환경들이 상당히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돼서 이론적으로는 그러니까 머릿속 생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 거기서 2등급 이내 학생만을 특혜를 한다든지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저희들이 민원 때문에 도저히 헤어날 길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공부 잘하는 특정 학생에게 몰아준다. 이건 더더군다나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정시가 오히려 (학생 평가) 깜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시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짐에 대해선 "일류대 경제학과를 비교해 보면 표점 1, 2점 차로 커트라인이 결정된다"면서 "한 번의 시험으로 다양한 학생을 줄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교육 평가적 관점에서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정시 확대'가 필요한 당위성으로 학생의 실력 향상을 꼽았고, 전 대변인은 일반고에서 일류대를 갈 수 있는 길이 '조건부 확률의 개념'이 있는 '수시'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 소장은 "수능으로 뽑으면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워낙 잘하니 일반고 학생들은 서울대 못갈 거다. 그래서 특목고·자사고에 수능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널려 퍼져있다"면서 "사실이 아니다. 서울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일반고 합격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균 55%가 일반고 출신"이라며 "특목고·자사고 출신은 44% 이내고, 작년에는 30%대로 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대 수시 일반이란 학종을 통한 합격자는 64%라고 학종 합격자가 훨씬 많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일단 통계가 잘못 해석되고 있다"면서 "그 통계엔 재수생도 들어가 있고 교육 특구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그냥 계산하고 말고 할 게 없다"며 "중학교 3학년 자녀 둔 분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상위 5%까지가 어느 학교로 가는지 보면 그냥 상위 0.5% 정도 가는 대학을 어떤 학생들이 갈지는 그냥 답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수시로 합격되는 경우가 많은 점에 대해 이 소장은 "당연히 학교 안에서 만들어준 수준이 일단 (일반고와)다른 거"라면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목고는 1년에 창의적 체험활동 비용이 인당 72만원, 일반고는 한 7만원 정도"라고 차별적임을 설명했다.
'기울여진 운동장'과 관련해 전 대변인은 "고교서열화가 1등부터 100등까지 놔둔다면 최소 5% 이상, 10%까지가 그냥 거기(일류대) 가는데 일반고에서 0.5%를 뽑는다고 하면 이걸 고스란히 그냥 토끼와 거북이 싸움처럼 사교육에 내놓고 '공정하게 달려라' 해 버리면 누가 더 빨리 갈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학종의 불공정성·시험 채점 과정의 투명성' 의혹과 관련해서 전 대변인은 "정성 평가의 하나의 특징으로 상호 주관성이 작용하는 것"이라며 "학종의 장점 중에 하나가 중도 탈락률이 낮아진다"라고 불공정성이 크지 않음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시는 한 군데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여섯 군데를 지원하게 되어 있는 것도 이 상호 주관성을 맞춰가는 것"이라며 "이게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이야기고 그것의 편차가 생각만큼 높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이라는 건 비슷하므로 그게 합리성이고 이것을 '깜깜이 전형'이라고 하지만 저는 교육전문가의 전문성이라고 표현한다"면서 "교사와 학생, 교수의 3원의 일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학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입시 전형 제도가 아인슈타인을 뽑기 위한 작업(인재 선발)"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소장은 '평가 과정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 "정성 평가를 한다 해도 입학 사정관은 자기 멋대로 평가하지는 않을 거고 거기엔 평가 항목과 배점 기준이 있다"면서 "만약에 기준 없이 한다면 전형도 아닌 거다. 그리고 그게 있다면 이 부분이 공개가 돼야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공개를 안 하는 이유가 재미있다"면서 "이거(평가 기준) 줬다간 이거에 초점을 맞춰가지고 사교육 받을까봐 걱정돼서 공개하지 않아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학종 컨설팅 사교육은 충분히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 기준들이 공개돼 있지 않으면 입시 부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 대변인은 정시 확대를 '주사위 게임'에 비유하면서 "표점 1점이라는 건 그날 주사위를 던져서 뽑는 거"라며 "단지 점수가 서열화 매겨져 있으니까 확실해 보이는 것일 뿐이지 이 학생이 이번에 1등급을 받을지 2등급을 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소장도 얼마 전 보도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시 확대'를 찬성하는 여론이 훨씬 높게 나온 점을 언급하면서 "계속 이런 여론조사가 있다"며 "언론들은 교육계에서는 반대한다고 보도하는데, 도대체 학부모하고 학생을 뺀 교육 공동체는 누구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학종이 교육적이다'고 하는 데 불공정하다고 문제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 그 불공정을 누를 정도의 교육적 가치가 있는 그런 교육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이런 문제 제기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