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정상회의 앞서 11분간 단독환담, 우호적이며 진지해
文 "고위급 협의갖자", 아베 "해결 노력하자"
지소미아 종료 불과 3주 남아, 한일 정상 회담 필요성 증대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전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11분간의 환담시간을 가졌다. 사진은 참석 정상내외 단체사진(청와대)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차 태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전 아세안+3 정상회담에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단독 환담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정상들과 환담을 나눴고, 이후 뒤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를 옆자리로 인도해 오전 8시35분에서 8시46분까지 11분간의 단독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환담에서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또한 양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이외에도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다. 이에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전날 태국 방콕 돈무앙 군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쁘라윳 태국 총리가 주최한 축하 만찬에서 아베 총리와 짧게 만났지만, 별다른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만찬 시작 직전 참석한 정상 내외들과 단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같은 줄에 서서 미소를 띠며 악수를 나눴다. 청와대에 따르면 양 정상은 이후 2시간 여 동안 만찬 자리에 함께 참석했지만 대화를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앞서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순방에서 한일 정상간 양자회담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 축하하고 아베 총리와도 면담 형식으로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가 이달 22일로 예정된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라는 압력이 연일 나오고 있어 한일 정상간 만남을 통해 양국 갈등을 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커져가고 있지만 이날 담화에선 이와 관련한 깊은 대화는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2박 3일간의 이번 순방에서 아베 총리는 물론 다른 정상과의 양자 정상회담 일정도 전혀 잡지 않았다.
대신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전체 정상회의 참석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갑작스런 모친 별세로 인해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 참석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음을 감안해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문 대통령 자신이 주최한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신남방정책 국가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데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들과의 양자회담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한일 갈등 해결 문제는 양 정상간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날 약식 환담 이후 별도의 약식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소미아 종료가 불과 3주 밖에 남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전략무기 시험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