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항소 기각…허 전 사장 징역 1년, 집유 2년·기준 전 사장 무죄
◆…허위로 장부를 조작해 법인세 200억원을 부당하게 환급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사장에게 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이 유지됐다. (사진=연합뉴스)
회계장부를 조작해 200억원대의 법인세를 부당하게 환급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허 전 사장과 검찰이 항소한 지 약 2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허 전 사장과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 않다"며 검사와 허 전 사장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함께 기소된 기 전 사장과 김모 전 롯데물산 재무이사 또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장부에 고정자산을 허위로 작성해 세금을 환급받은 혐의에 대해 "당시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의 장부상 고정자산이 분식회계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이를 무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롯데케미칼 이사 등 관련자들이 1512억원의 고정자산이 분식회계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이는 당시 고정자산의 평가나 합병·분할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의 진술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허 전 사장이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도 "가스발전기 원재료로 쓰이는 석유는 행정 사건의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이 안 된다"며 무죄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허 전 사장이 세무조사 편의 제공 대가로 세무사에게 금원을 교부한 혐의(제3자 뇌물교부)와 협력업체로부터 여행경비를 받은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허 전 사장은 대기업 대표이사로서 법과 윤리를 준수하며 기업을 경영할 책임을 저버린 것은 불리한 정상이지만 전과가 없고 거래업체로부터 받은 재산상 이익을 반환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은 형이 합리적 재량권 안에 있다"고 판시했다.
기 전 사장과 허 전 사장은 KP케미칼에서 대표이사, 이사로 재직하며 2006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허위로 장부를 조작해 법인세 207억원을 환급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허 사장은 추가로 12억원을 더 환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기계설비 등 고정자산 1512억여원이 기록돼 있는 KP케미칼의 장부가 분식회계에 의해 가공됐다고 봤다.
허 전 사장은 일본 롯데물산을 통해 원자재 수입대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통행세'를 지원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 밖에 과세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세무조사 무마 청탁 목적으로 국세청 출신 세무법인 대표에게 2500만원을 건넨 혐의(제3자 뇌물교부)와 협력업체로부터 여행경비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또 허 전 사장은 개별소비세 대상을 누락하는 방식을 통해 13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1심은 허 전 사장의 혐의 중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와 여행경비를 지원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허 전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433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회계장부를 조작해 부당하게 법인세를 돌려받은 혐의와 개별소비세를 누락한 혐의에 대해선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