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8일 앞둔 지소미아, 문대통령 '원칙 고수' vs 미정부 '철회 압박'
김영우 "지소미아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상징...흔들리면 심각한 타격"
정욱식 "미국, 동맹국 한국 판단 존중해야...공개적 압박은 도의아냐"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일본 총리가 감짝 담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오는 22일 자정을 기점으로 종료 예정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놓고 '한미일 안보체계의 상징이므로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예초부터 체결돼선 안될 협정'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지소미아 '유지 찬성' 입장의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과 '철회 찬성' 입장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반이 지나는 동안에 북한이 미사일을 무려 23차례나 발사했다"면서 "지소미아는 반드시 유지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소미아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대응 등 여러 가지 정보 교류를 한국과 일본이 하자는 것"이라면서 "나아가 이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의 상징이고, 이것이 흔들리면 한미 동맹 간에도 굉장히 심각한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특히 미국 조야에서는 문 정부의 여러 가지 정체성, 이념성을 의심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사드 배치도 굉장히 소극적으로 했고 또 중국에 '3불 정책'을 약속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까지 파기하면 북·중·러 쪽에 경도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미국은)더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조치한 종료 결정을 철회 번복한다면 우리의 국제적 위신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그는 "지소미아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보와 관련된 문제고 번복한다고 이것을 비난할 나라는 없다"면서 "다만 한다면 북한이 민족 자주성이나 자존심이나 이런 걸 들먹이겠지만 지소미아 때문에 우리가 더 피해 볼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방은 동맹 외교를 통해서 지켜온 것이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을 활용해야 하고 또 미국에 우리는 신뢰를 지켜줘야 되는 것이다. 그게 동맹 관계"라며 "동맹 관계가 깨지는 것은 정말 우리의 존립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자주국방이라고 하는 그 환상 속에서 감상적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지소미아는 애초부터 체결해서는 안 될 거(협정)"라며 "지금 한일 간의 여러 문제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까지 내려진 상황인데 이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를 포함한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어 "지소미아의 가장 핵심은 유사시 북한이나 중국이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그 미사일 탐지 추적 정보를 한국이 제일 먼저 포착해 그 정보를 일본에 전달하는 것(체계)"이라며 "그럴 경우 제3자인 한국이 레이더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는 것이므로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인 보복을 초래할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소미아는 기본적으로 미일 동맹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여기에 한국이 휘말릴 위험이 굉장히 큰 문제점이 애초부터 있었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 기회에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것이 우리 이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지소미아 철회 압력'에 대해선 정 대표는 "미국이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북한이나 중국이 이익을 볼 것이라고 하는 발언은 이전 미국의 설명과 180도 달라진 것"이라면서 "2016년도에 미국이 한일 양국의 지소미아 체결을 요구할 때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지 중국과는 무관하다'라고 강조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때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얘기했다가 지금은 중국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문제를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소미아 종료되는 결정이 번복이 될 경우에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과 관계에서 큰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이 이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미국은 당연히 주권국인 또 동맹국인 한국의 판단을 존중을 해야지 미군 수뇌부들이 이렇게 나서서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동맹국의 도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아울러 "더 근본적으로 지소미아를 포함한 한미일 삼각 동맹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미국의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면서 "한미일 삼각 동맹이 추진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군사 동맹으로 가고 있는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최고 전략적 이익은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손을 못 잡게 하는 데 있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지소미아와 같은 미사일 디펜스에 대해 미국의 일부 전략가들은 이건 자해적인 조치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주변 4대 강대국간 군사적 긴장감에서 우리나라가 중립외교 입장을 견지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관계가 있으므로 미중 관계에서 우리가 중립을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와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압박의 연계성'에 대해서 정 대표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지소미아가 잘 지켜질 때도 미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라며 "지소미아가 유지될 경우에 (사드 배치 업그레이드 필요성 등) 미국으로서는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해야 될 또 중대한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에 방위비 분담금이란 여윳돈을 주면 줄수록 사드와 같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 디펜스가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의 기초가 되는 것"이라면서 "그건 우리한테 엄청난 경제적이고 안보적이고 외교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이 매듭을 끊지 않으면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당사자는 바로 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최고 고위급 인사들이 지난 주부터 순차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지소미아 종료 철회와 주한 미군 주둔비 분담금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물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까지 나서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료까지 불과 8일 앞둔 지소미아 종료 시계(視界)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5당 대표와 만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지소미아 종료 논란에 대해 "일본의 경제침탈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지소미아 문제 같은 경우는 원칙적인 것이 아니냐"라며 종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