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수출 규제 유지' vs 韓정부 '지소미아 종료' 극한 대립
日정부 "미국의 이해도 구했다", 한-일, 한-미 관계 더욱 악화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일본 총리가 감짝 담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조건으로 내건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하고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지소미아 종료 시한인 이번 주가 꼬인 한일 관계를 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와 한미 간 회담 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 15일 한국 정부의 요구와 관련한 대응 방침을 재차 검토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앞서 한일 외교당국은 지난 15일 도쿄에서 한국측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일본측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간 협의를 진행했으나 서로간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또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청와대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자리에서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요구한 에스퍼 장관에게 문 대통령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고 종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요미우리>는 또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미국의 이해도 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수출 관리'는 안전보장상의 문제로 한국이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경제 제재와 안보 문제는 별개'라는 동일한 시각을 가진 한일 양측이지만 총론과 달리 세부내용과 관련해서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안보상의 이유로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통해 한국을 압박한 것은 일본이지만 한국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이중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한국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가 동북아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점도 일본 정부로서는 힘을 받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후 4시부터 50분간 청와대 본관에서 에스퍼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미대사,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설명한 뒤 "한미일 안보협력도 중요하다.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에스퍼 장관은 "지소미아와 관련된 이슈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이 사안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일본에도 노력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답했지만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기를 바라는 미국 입장을 거듭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는 예정대로 오는 23일 0시를 기해 폐기되면서 한일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에 지소미아 연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온 미국와의 갈등도 깊어지는 등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일간 전운(戰運)이 감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