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간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제공
고공비행하던 원화 환율이 이틀새 달러당 22원이 넘게 급락했다. 원화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그만큼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KEB하나은행이 지난 13일 오후 8시 고시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72.00원으로 전일보다 17.00원이 떨어졌다. 지난 12일에는 달러당 1189.00원으로 전일보다 5.70원 내렸다. 이틀새 22.70원이 빠진 셈이다.
원·달러 환율은 그동안 달러와 원화 간 상관관계가 약화되면서 달러화가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0원대를 오가며 원화 약세 흐름을 보여왔다.
지난 11월 5일 달러당 1156.00원을 기록했던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요인으로는 원·달러 환율의 수급 여건을 꼽을 수 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리밸런싱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상장 등의 영향 등으로 12월 초까지 한달여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가 이어졌다는 점이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원화 약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은 북미 협상에 대해 “새로운 길에 들어서고 있다”라고 표현하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 선언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에 ICBM 발사를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북미 관계가 다시 싱가폴 정상회담 이전 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반도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또다시 환율을 부추긴 결과를 가져 왔다.
그동안 나홀로 약세를 보여 왔던 원화는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13일 밤 베이징 신문판공실 청사에서 연 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무역협상 합의를 공식 밝혔다.
중국은 이날 1단계 무역 협상에 관한 성명에서 “중미 쌍방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하에서 1단계 무역 합의문에 관한 의견의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합의문은 서언,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식품 및 농산물, 금융 서비스, 환율 및 투명성, 무역 확대, 쌍방의 (합의 이행)평가 및 분쟁 해결, 마무리 등 9개의 장을 포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 측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1단계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후 21개월 만에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합의와 함께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원화가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달러당 115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도 지난 13일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이 전해지면서 모닝스타 기준 달러당 6.9729 위안을 기록하며 7 위안을 하향 돌파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합의 소식은 실물 경기에 대한 개선효과를 기대할 만한 이벤트”라며 “원·달러 환율은 1150원대, 위안·달러는 환율은 6.7 위안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되돌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가 예전으로 되돌려지고 미·중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0원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