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보고서 내
최한수 교수 "정책엔 시차 필요...문 정부 실패 탓인지 구분 어려워"
靑 "소수를 일반화하지 않기를 바래"...불쾌감과 당혹감
지난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청와대 참모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평균 3억2000만원 올랐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두고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빗대 '불로소득주도성장'이라고 비판한 점을 두고 최한수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실련의 보고서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16일 반박했다.
최한수 교수는 이날 KBS라디오 '김강래의 최강시사'가 자신의 이름을 딴 '최한수의 눈' 코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굳이 누구의 편을 들자면 저는 청와대 편을 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경실련 보고서와 관련 "첫 번째는 보도자료의 수치가 틀렸고, 두 번째는 지금 본질적으로 집값 상승 이유를 다 문 정부의 정책 실패 탓으로 비판을 했는데 저는 그렇게 보기에는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아시다시피 정책이라는 게 시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집값 상승이 당시 박근혜 정부 정책의 일종의 후속 효과인지 아니면 문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인지 구별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런데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은 문재인 정부, 이 정부가 집값을 일종의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쓰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보고 있는 사유에 대해선 "2013년 7월,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쉽게 말하면 부동산 가격의 드라이브 정책을 펼쳤다"면서 "그것 때문에 박근혜 정부 때 초기 1년 반 동안은 집값이 2% 올랐고, 그 발언 후 박근혜 정부 마지막 임기 2년 동안 집값이 10% 올랐다"고 설명한 뒤 "따라서 이를 다 문 정부 탓으로 돌릴 수 있냐"고 반박했다.
그는 아울러 "지금 경실련이 우리나라 집값 상승 불로소득을 7,510조로 봤는데, 그런데 계산하는 방법이 물가상승률대로 땅값이 상승했으면 이 정도라는 금액인데 제가 보기에는 이거는 좀 문제가 있다"면서 "왜냐하면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된 게 다 불로소득은 아니다"고 경실련의 자료에 다소 정확성이 떨어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경실련이 사용한 데이터에 대해선 "약간 사실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경실련이 사용한 데이터는 KB에서 제공하는 아파트 시가 데이터"라며 "실제로 그 데이터를 가지고 서울시 전체를 해보면, 즉 문 대통령 취임 이후의 데이터를 보면 집값 상승분은 21%이고, 강남이 22%, 서초가 한 18% 정도 나온다. 그리고 올해 12월을 뺀 11월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서울 전체 아파트는 1.8% 올랐고, 강남·서초가 한 2% 정도 올랐다. 따라서 경실련 수치는 약간 과장된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서울시 아파트가 21% 올랐다는 점'에 대해선 최 교수는 "일단 팩트를 정리하면 작년에는 굉장히 많이 올랐다"면서도 "올해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2% 정도면 오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작년 21% 오른게 경실련 주장이 상당 부분 일리가 있지 않냐'는 진행자 물음엔 "그런데 수치라는 게 많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거랑 경실련이 주요 34개 단지를 선정해 30% 올랐다는 건 (다른 이야기), 왜 34개가 어디고 왜 그렇게 선정했는가에 대해서 근거가 없더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과 관련해 최 교수는 '핀셋 정책' 이냐 '전신마취 정책'이냐를 논하기 전에 집값이 오르는 원인을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와 관련 "지금 강남 혹은 서울 같은 대도시의 집값은 전 세계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 정부가 1년 동안, 그러니까 작년에 집값을 못 잡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거에 대해서는 평가를 받아야겠지만 올해 집값은 잡아왔는데 왜 12월에 이렇게 갑자기 집값이 오르냐? 이거는 정부가 데이터를 갖고 있으니까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게 수요 측면에서 변화가 발생한 거냐 공급 측면에서 변화가 발생한 거냐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며 "제가 보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다른 변화가 없다는 전제 하에 하나가 교육 정책이 바뀌면서 강남 집값이 상승한 것, 두 번째는 최근에 강남 재건축이 사실상 스톱됐다. 그러면 사람들이 기존에 있는 집을 사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고 언급한 뒤 "그러니까 일종의 미세 정책의 실패인데 즉, 결국은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는 거"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앞서 대통령 비서실 소속 1급 이상 전·현 공직자 65명의 보유 아파트·오피스텔의 3년간 시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내 놓으면서 이를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빗대어 '불로(不勞)소득주도성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경실련은 또 13일 "성실하게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남의 상가를 빌려 높은 임대료의 고통을 이겨내며 장사를 하는 상인 등 많은 사람은 대통령에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참모들과 관료들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민을 속여 왔다"며 "직접 대통령께 부동산시장의 실태를 정확히 알리고 집값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안하고자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다"고 한 바 있다.
청와대는 즉각 "오르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소수를 일반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지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 정부는 그동안 무려 17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문 대통령이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강조한 바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경실련의 이번 발표는 중반을 넘어선 시점의 현 정권의 경제 정책 추진과 내년 5월 총선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정부가 지난 2년 반 동안 LTV·DTI 강화 대책과 8.2대책(2017년), 9.13대책(2018년), 분양가상한제(2019년) 등의 고강도 규제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잡지 못하는 등 규제 중심의 정부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 더욱 힘든 항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