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일 中방문 전격 결정···꺼져가는 북미 대화 불씨 살릴 지 관심
방한기간중 北 최선희와 판문점 회동 제안했으나 거부 당해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를 예방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접견했다 (청와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 오후 북한의 판문점회동 제안 거부로 결국 빈손으로 출국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 15일 방한해 2박3일간 머물면서 우리측 카운트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과 만나 한반도 정세 관련 협의를 했다. 16일엔 청와대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과도 약 35분간 면담을 한 바 있다.
비건 대표는 이도훈 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가진 뒤,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겠다"며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한 뒤 "(지금은)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라고 북한에 판문점 회동을 제안한 바 있다.
비건 대표는 또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미국 혼자서 할 수는 없다"고 거듭 방한 기간중 북한과 만나기를 희망했다.
그는 북한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연말 시한'에 대해서도 "미국은 미북 정상의 합의사항을 실천한다는 목표에 있어 데드라인은 없다"며 "우리가 기대한 만큼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북측의 반응은 냉담해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비건 대표는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출국전 공항에서 '북한의 메시지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날 오후 일본으로 건너가 19일까지 체류하며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진다.
또한 비건 대표는 중국을 전격 방문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17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19일부터 20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당국자들과 만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이번 (중국과의) 만남의 목적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연대 유지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비건의 중국 방문은 당초 일정에 잡혀 있지 않았던 전격적인 결정이란 점에서,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방한기간중 북한의 카운트파트(최선희 제1부상)에게 만남을 공식적으로 제안했으나 거부당한 직후에 나온 결정이라 미국측으로서는 북한이 공언한 '크리스마스 선물',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중국 방문기간 중 중국측 중재하에 비건 대표와 최 제1부상의 만남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비건 대표의 중국 방문은 꺼져가는 북미간 대화 불씨를 다시한번 살려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이달 하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로 소집되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방침을 내놓느냐에 따라 북핵 시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돌아설 갈림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