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 행위, 국민 투표권 침해"
심재철,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를 항의 방문 예정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을 3달여 앞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야의 비례 위성정당 명칭 허용 여부를 두고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자유한국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비례자유한국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한국당이니 비례자유한국당이니 명칭이 난무하는데 이런 행위는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국민의 투표권을 지킬 의무가 있는 기관으로 비례 위성정당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원천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석 당 최고위원도 "정당법 41조에 창당준비위원회 및 정당의 명칭은 기존에 사용되는 명칭과 뚜렷이 구분돼야 한다고 한다"며 "아무리 정당 설립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됐다고 하지만 유권자를 혼란시켜 표를 얻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창당에겐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남인순 당 최고위원 역시 "비례자유한국당 같은 '페이퍼 정당'의 출현은 한국 정당과 선거 역사를 퇴행시키는 일"이라며 "위성정당은 결국 모래 위에 쌓아올린 종이집에 불과하다. 의석수 불리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위법적인 페이퍼 정당을 창당하는 행위는 소탐대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지도부의 이같은 발언은 오는 13일 비례대표 위성정당 명칭을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선관위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선관위는 한국당의 '비례한국당' 창당 시 해당 명칭을 허용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돌연 불허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역시 비례한국당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 선관위를 압박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선 한국당은 이같은 이유를 선관위 내 친문(親文) 인사의 입김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정당 명칭에 '비례'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이날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지낸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그 배후에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번에는 선관위가 한국당의 비례정당 명칭을 수용할 뜻을 밝혔는데 완전히 180도 선회한 것 같다"며 "조 상임위원의 입김이 매우 많이 들어갔다. (선관위가) 정권 눈치보기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헌법기관으로서 공정한 선거를 기획·관리해야할 선관위가 거대양당의 정치 공세 속에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한편 민주당은 일각에서 제기된 '비례민주당' 창당은 없다고 공언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의 '비례자유한국당' 꼼수가 가시화되고 의석수의 현저한 감소가 예상되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국민 상향식 공천의 원칙을 지키고 훌륭한 인재 영입과 정책 제시를 통해 지역구 선거와 비례정당투표 모두에서 정정당당하게 총선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