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이중근 양형 유리한 사유로 '준법감시' 언급
이중근 1심 징역 5년에서 절반으로 감형
법조계 "이재용 재판에 작량감경사유로 작용 가능성 높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22일 열린 이 회장의 선고에서 준법감시실 운영을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 사유에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선고 공판에서 '준법감시실 설치'를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설치가 유리한 양형으로 작용할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에서 "동종 처벌 전력 고려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특경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기업형 범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절반이 감형됐다.
재판부는 동종 처벌 전력 등을 양형에 불리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준법감시실'을 별도로 언급하며 유리한 정상으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부영은 최고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계열회사를 상대로 횡령하고 배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5월 준법감시실을 신설했다"며 "이후 독자적으로 준법감시를 수행할 외부 준법감시인을 위임하는 등 준법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가 이 회장의 형량을 감경한 사유 중에 '준법 경영 노력'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최후 발언을 통해 "주식 100%를 소유한 제가 회사를 개인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준법감시제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고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외부 준법감시인을 통해 앞으로 대표이사의 불법을 막고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도 준법감시위원회에 진보 성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내정하고 다음달 초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전문심리위원단'을 통해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법조계에서 '감경 명분'을 만드는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삼성공화국으로의 회귀, 재판부와 검찰인사는 어떻게 이재용을 구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검찰과 법원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흔들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현직 부장판사도 법원 내부망에 "준법감시위가 내부 정보에 어느 정도의 접근성을 가질지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면면이라도 실제 효과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실효성에 우려를 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 재판부가 부영그룹의 선고에서 '준법감시'를 언급한만큼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가 나오고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회장의 형량이 2심에서 절반으로 깎인 것에 '준법감시' 활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준법감시제도를) 작량감경사유라고 볼 수 있으므로 삼성 이 부회장의 재판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