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월 31일부터 중국 오가는 모든 항공기.열차 운행 중단
로빈슨 교수 "이동의 자유 제한은 '권리 제한'이라는 위험한 조치"
코헨 전 부차관보 "북한, 코로나 관련 정보 국제사회와 공유해야"
다수의 미국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이 취한 북·중 국경통제 등 조치는 국제 기준에서 부적합한 것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수'라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지난 1일 전했다.
VOA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평화연구소(USIP)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북한의 대응책은 국제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이동을 통제하는 방식의 대응책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미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인도주의 보건센터' 의 코틀랜드 로빈슨 교수는 북한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는 일정한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며 "북한 정부는 공중보건 보호과정에서 자유권 제한과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규정한 '시라쿠사 원칙 (Siracusa Principles)'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이어 "북한이 '모든 사람의 이동을 막거나' '국경을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 아래서만 이동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며 "특히 이동의 자유와 관련한 정책은 그 시행 범위와 기간이 제한적이어야 하며, 임의적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모든 사람의 이동을 막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교수의 주장은 북한이 주민들과 외국인 거주자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이동 제한을 넘어 '권리 제한'이라고 매우 위험한 조치임을 지적한 것이다.
로빈슨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정부가 공중보건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로베르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도 이날 "북한은 국제사회와 함께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거나 전염을 줄일 방법이 있음에도, 국경 지역에서 '많은 통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여행자들의 인권과 이동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국제적인 인도주의 기준이나 보건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공중보건 문제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다"며 "북한은 거주자들의 이동을 제한하기 보다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헨 전 부차관보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원조와 의료 지원을 요청하고, 국제기구들이 현지 상황을 볼 수 있도록 접근을 허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VOA는 전했다.
그는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혹은 감염 사례가 발생할 경우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정직하게' 공유해야 한다(need to open up to that)"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빈슨 교수도 "국제사회가 북한에 적절한 검역과 질병관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동감의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로빈슨 교수는 "북한이 과거 수 십 년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지원을 어디에 배분하고 사용할지 독단적으로 정해왔을 뿐 아니라, 사후에도 지원을 통해 무엇을 달성했는지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북한의 보고 의무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현 상황에서 여행과 무역 제한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WHO는 각국이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세계보건기구에 통보하고, 이런 조치가 사회적 '오명이나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해 서한을 보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일 전했다.
통신은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1월 31일 결정에 따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지원금을 보냈다"고도 전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시 주석의 현명한 영도 밑에 중국 당과 정부, 인민이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며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 전체 당원들에게 전투적 인사를 전하고, 중국 인민의 안녕과 행복을 축원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