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추구'와 부작용에 대한 '면책요구'가 발목잡아
대규모 백신 생산을 위해선 대형제약사들의 협력 필수
'전염병대비혁신연합' 탄생했으나 대형제약사 앞에선 '무기력'
'코로나19 백신개발'이 제약사의 '협력의지'를 시험할 기회
중국이 코로나19의 염기서열을 공개한 뒤, 전세계 과학자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발 빠른 팀은 이미 '동물실험 단계'에 들어갔고 우리나라 한국화학연구원도 항체를 발견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이 빠르게 상용화 되기 위해선 대형제약사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제대로 협력할지 우려스럽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일(현지시간) "대형제약사들이 빠른 백신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과거 이들이 미국 정부에 '수익보장'과 부작용에 대한 '면책'을 요구해 백신 보급이 느려 졌다"고 보도했다.
| '한 푼'도 손해 안보고 '수천억'을 번 제약회사. |
◆…1976년, 미국은 'A형 독감'을 막는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출처 웨인주립대학교)
미국 국립보건원 전염병 연구소장인 앤서니 포치는 "백신이 1년 안에 보급될 수 있다면 이는 세계기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포치 박사와 국제보건기구 관계자들은 백신이 연구실에서 개발되더라도 결국 대형제약회사가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지금 코로나19 백신개발이 중요한 시점이라 어떤 보건전문가도 제약회사를 비판하지 않으나 사적으론 제약회사가 빠른 백신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고 한 숨 짓곤 한다. 제약산업은 수익추구뿐만 아니라 잠재적 백신 부작용에 대한 책임도 피하고자 해 코로나19처럼 갓 생긴 바이러스에 효과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형제약사들이 이런 움직임을 미국에서 보인 적이 있다. 1976년, 미국 의회는 미국인 4,500만명이 'A형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그러나 당시 대형제약사들은 부작용에 대한 면책과 수익 보장을 받아내고자 이미 생산해 놓은 백신 1억개를 팔 길 거부했다.
미연방정부는 이 독감이 1918년에 2,500만명에서 1억명(추정)을 사망 시켰던 '스페인 독감'에 가까운 변종이란 사실을 알고, 백신접종이 늦어지자 큰 두려움을 느꼈다. 결국 미연방정부는 백신이 일으킨 '부작용과 사망에 대한 책임'을 대신 떠맡았고 '적정 이윤'도 보장해줬다.
제약회사들이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안, 미정부는 백신이 일으킨 부작용에 대해 '1억 달러'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불했다. 이로써 제약회사들은 아무런 손해 없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던 것. 그러나 미정부는 1억 달러를 배상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다음 몇 십년 동안 대규모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못했다.
결국 2009년에 신종 A형 독감이 퍼졌을 때, 아무런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해 미국인 6,000만명이 감염되고 12,269명이 죽었다.
| 혁신조직의 탄생, 그러나 대형제약사 앞에선 무기력 |
◆…2017년 1월, 다보스 포럼에 참가해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을 설립한 전세계 수장과 관계부처 장관들의 모습
(사진 Global Research Collaboration for Infectious Disease Preparedness)
2017년, 지금의 백신 개발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새로운 조직이 탄생했다. 이 조직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며 조직의 구호는 '안전한 세상을 위한 새로운 백신'이다.
지난 2년 동안, 연합은 백신 연구와 생산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최첨단 생명공학에 투자해왔다. 다른 한 편 연합이 지원한 연구에, 대형제약사들이 함께 협력한다는 이유로 향후 발생할 이익과 재산권을 요구하지 않기로 하는 '정책합의'를 이루려 했으나 실패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연합이 지원한 백신을 모든 국가가 '평등하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연합의 초기 정책'을 지지해 왔다. 이 정책 덕분에 제약회사들은 백신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공유해야 했다. 제약회사가 공동 프로젝트에서 떠나더라도 연합은 백신의 지적재산권에 접근할 권리를 가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대형제약사인 미국의 존슨앤존슨과 화이자, 일본의 타케다는 이에 반발했다. 결국 2019년 12월 2일에 연합은 굴복했고 정책은 수정돼 "전염병 발병 중에 감염된 사람에게 (백신이) 평등하게 접근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입발림 문구만 남겨졌다.
의사회는 연합에 공식 서한을 보내 "염려되고 실망스럽다. 개정된 정책은 연합이 처음에 약속했던 접근성, 투명성, 개방성을 깨는 행위이다. 전 인류에 대한 책임을 내세웠던 새 발판도 깼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안타까운 상황을 바꾸고자 투자했으나 연합이 이들의 바람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이 상황을 본 한 감염병 연구자는 "과연 무엇이 제약회사에게 더 중요한지 궁금하다"며 "제약회사가 자사 영업기밀을 지키고 협상력(순이익)을 더 올리기 위해서 한 행동인지, 바이러스를 막는데 리더십을 차지하고 싶어서 그러는지 알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수 많은 사람을 살릴 백신 개발에 제약회사가 제대로 협력할지를 확인 할 수 있는 시험 무대"라 강조하며 "이를 계기로 다가올 대유행과 수퍼세균을 인류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