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근무 환경 ...팔 뻗으면 손 닿아
팀당 2-30명, 한 층에 대략 200-300명 근무...집단감염에 취약 구조
서울 구로구 콜센터(고객센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현재 80여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와 집단감염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콜센터 근무 직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구로 콜센터가 입주해 있는 빌딩은 총 19개 층으로 여기에 각기 다른 콜센터들이 3개 층을 쓰고 있다. 직원은 총 700여 명이다.
방역당국은 현재 11층에 상주하는 콜센터 직원 207명과 다른 층에 근무 중인 콜센터 직원 등 700여명을 대상으로 검사 진행 중이어서 확진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콜센터 근무 직원의 거주지다. 질본에 따르면, 10일 오전 밝혀진 확진자 50명 중 콜센터 직원은 46명이고 접촉자 가족이 4명이다. 직원 46명의 거주자는 서울 19명, 경기도 거주자 14명, 인천 거주자 13명 등이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캡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11일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상담원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 운영중인 콜센터의 현황을 짚어봤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콜센터 근무환경은 거의 대부분이 마치 독서실 책상처럼 바싹 붙어있는, 파티션이 있기는 하지만 거리상으로는 몸 방향을 돌려 팔을 반 정도만 뻗어도 상대 상담원에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약 30cm 정도인 셈이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이 상담원은 콜센터 근무 환경에 대해 "고객센터 특성상 헤드셋을 착용하고 파티션이 있는 자리에서 전화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회사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업무 환경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 상담원은 이어 "상담사들이 아무래도 하루 종일 통화를 하면서 기관지 쪽이 평소에도 약하다"며 "그래서 (코로나19에)걸리게 되면 다른 직종보다는 상담사들이 제일 위험할 거라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뉴스로 접하니까 제가 직접 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겁이 많이 난다"고 했다.
그는 또 "팀에서 한두 명이 감기에 걸리기 시작하면 한 3-4일 지나면 반 이상은 기침을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염 확산을 우려했다.
이 상담원이 밝힌 고객센터 근무 여건은 한 사무실에 평균적으로 팀장 2∼30명이 근무하고 있고, 그 팀들이 여러 개가 모여서 한 공간 안에, 터진 공간 안에 고객센터 크기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200명에서 300명까지도 수용하고 있다.
이 상담원은 '파티션(칸막이)이 세 면을 막고 있어 직접 비말 감염이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물음엔 "통화 중에도 기침이 나면 옆으로 방향을 틀어서 기침을 하거나 업무 관련해서 관리자와 컨펌을 받는다든지 하면서 계속적으로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염 관련해서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담 업무를 하면 급여가 녹록하지는 않기 때문에 저렴하게 아낄 수 있도록 도시락을 챙겨서 오는 경우들도 있다"며 "그리고 상담사들 상담 시간에 따라서 점심시간을 3교대로 하거나 2교대로 해서 시간이 식당을 가기에는 애매한 경우들이 많아서 그럴 때는 안에서 간단히 먹고 감정노동자기 때문에 서로 옹기종기 모여서 밥을 같이 먹고 얘기를 하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업무 공유도 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구로 콜센터의 경우 마스크 미착용이 많다'는 물음엔 "당연히 예방 차원으로 마스크를 권장했고 저희도 실제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를 하고 있었다"면서도 "근무를 하면서 말을 계속해야 되기 때문에 숨쉬기도 답답하고 산소가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지러움증까지 유발이 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리고 소리도 더 크게 내 달라는 고객님들이 불만때문에 목도 평소보다 더 많이 무리가 되고 있어서 그런 상황들이 계속적으로 전화마다 반복이 되니까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상담할 때는 계속 벗게 되더라고요"라고 애로사항을 부연설명했다.
'재택근무 여부'엔 이 상담원은 "저희도 물론 재택근무로 업무를 하고 싶은 입장이지만 고객센터 특성상 고객님들의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서약을 하고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직접적인 개인정보를 다루고 활용해야 되는 그런 근무자들은 최소한의 인력을 남겨서 사무실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집단 감염 발생후 현재 근무환경 개선 여부'엔 "이후 지그재그 형식으로 서로 간격 유지를 위해서 1m의 거리를 두고 지금 자리를 다시 재배치를 한 상황이고, 마스크도 이제는 무조건 힘들더라도 착용할 수 있게끔 하고 점심시간에도 서로 옹기종기 모여 있던 모습이 이제는 서로 마주보지 않고 밥을 먹는 걸로 급하게 변동이 생겼다"고 대응상황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에 대해선 "현재로써는 아무래도 고객센터는 운영 시간이 고객님들께 안내받은 남아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일시적으로 단축하거나 이런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노동자들이 감수해야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