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경영권 승계 관련 이재용 사과 요구
무노조 경영 방침 철회하고 반성·사과 권고
7개 삼성 관계사에 권고안 송부해 회신 요청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 방침 등에 대해 국민 앞에서 공개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이 부회장이 1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윤리·준법경영을 감시하는 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이하 준법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이 부회장이 준법위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준법위는 11일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권고문을 송부하고 30일 이내에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
준법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위원회는 삼성 최고경영진에게 요구되는 최우선의 준법 의제에 대해 장시간 논의를 거듭한 끝에 경영권 승계·노동·시민사회 소통의 세 가지 의제를 선정해 의제별로 필요한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담아 권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준법위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준법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이 부회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준법위는 "삼성그룹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이 있었다"며 "이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는 물론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에 관련해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에게 공표하라"고 말했다.
또 "일반 주주의 이익을 지배주주의 이익과 동일하게 존중하며, 일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준법위 "무노조 경영 방침 존재 안 한다고 선언하라"
준법위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과 관련해서도 사과하고 노사 간 소통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이 직접 노동 관련 권고안에 대해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준법위는 "노사가 모두 노동 관련 법규를 준수하면서 화합하고 상생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 도움이 되고 자유로운 노조활동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세 가지의 권고안을 내놨다.
먼저 "삼성 계열사에서 수차례 노동법규를 위반하는 등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의 재발방지 방안을 노사 간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만들 것이라는 약속을 하라"면서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소통'과 관련해선 준법위는 "이 부회장과 관계사 모두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 공표할 것"을 권고안에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왼쪽 세 번째)이 지난달 4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범죄 진상규명 및 법원의 공정한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재판 의심 불식시킬 조치 마련해 공표" 요구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불거진 '면피용' 의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준법위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 부회장과 관계사 모두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 공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권고안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근간으로 삼성의 윤리 준법경영을 위한 파수꾼 역할에 집중하고,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전반적이고 실효적으로 작동하게 하며, 준법 감시 분야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고 다짐한 위원회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선 준법위가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유리한 양형을 받기 위한 '면피용' 조치에 불과하다는 우려 섞인 시각을 보인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열린 4차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통해 준법위의 실효성을 점검해 이 부회장의 형량에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한바 있다.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이 준법위의 실효성에 우려를 표하는 등 비판 여론이 일자 재판부는 2월 14일로 예정됐던 준법감시제도 심리를 위한 준비기일을 연기했다.
특검 '재판 편파 진행' 재판장 기피신청…다른 재판부가 판단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4일 재판 편파 진행을 문제 삼아 법원에 재판장 기피신청을 냈다.
특검은 지난달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수사 자료를 증거로 받아달라며 재판부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22일 특검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특검은 기피신청요지를 통해 "재판장의 기각 결정은 특검이 제시한 양형가중요소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양형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 삼성그룹 내 준법감시위에 대해서만 양형심리를 진행해 이 부회장 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준법감시제도 설치 요구와 관련해서도 특검은 "'이재용은 강요죄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묶인 것"이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법한 재판 진행"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신청한 기피신청은 현재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고 다른 재판부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기피신청이 기각되면 특검은 대법원에 항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