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전국민 대상' vs 정부 '기존대로(하위 70%)' 맞서
정세균 총리 시정연설에서도 기재부의 '기존 70% 대상' 확인
당 전략기획위원장 "기재부, 정치하지 말라", 앞서 '홍남기 경질론'
19일 당정청 협의에서도 '팽팽한 이견'...결론 못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100% 지원'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당정 갈등이 심회되고 있다. 당 대책회의 모습 (사진=더팩트)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을 놓고, 당정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총선 압승으로 기세가 오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밀어붙이는 안으로 결정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추가경정예산 국회 시정연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하위소득 70%에 한해 지급' 방침을 밝혔음에도 민주당은 '전국민 100% 지원' 입장을 고수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 총리 시정연설 후 브리핑에서 "소득과 관계없이 전 국민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을 잃어버린 국민들께 소득과 생계를 보장하고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또한 기자들에게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긴급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4월까지 처리해 5월부터 지급하도록 하는 계획"이라고 당의 입장이 강경함을 강조했다.
앞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메시지를 던진 점도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추경 편성에 대한 여야 견해차가 크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속도다.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최단시간내 추경안 처리에 여야가 합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한편 당정청은 지난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갖고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대상에 대한 격론을 벌렸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엔 당에선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정부에선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지원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100%까지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정부는 재정상의 이유로 소득 하위 70% 지급을 기준으로 편성한 7조6천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지원대상을 '소득 하위 70%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해 "전 국민에게 주느냐 70%에게 주느냐 하는 논란은 단지 3조원정도 차액에 해당하는 돈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철학의 문제인데 기재부가 그걸 고집한다는 것은 사실 기재부가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가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정해야 될 문제이고 기재부가 너무 그렇게 주장을 앞세워선 곤란하다"고 당 지도부의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기재부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맹공하고 나서면서, 총선 전에 이해찬 대표가 홍 부총리의 '경질'까지 거론하면서 격화됐던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난 극복이 지상과제'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강화하여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되고, 범경제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경제 중대본 체제'의 본격 가동을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상태여서 긴급재난금 지원 대상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이 총선공약으로 내세운 '전 국민 지급' 약속을 관철하겠다는 입장과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이 외 재정 지출도 고려'를 주장하는 기재부의 입장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본격 시작된 양상이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국회에 제출된 정부 2차 추경안에 동의하며, 여당의 문제 제기가 없으면 신속하게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전날 여야는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을 놓고 협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통합당 내부 사정으로 무산됐다.
한편 청와대는 당정청협의 때 중도적 입장을 보였지만 내심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당정이 부딪쳐 마찰음이 커질 경우 향후 국정 운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결정은 청와대가 내려야 할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