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세청)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달 미국에선 휴지와 손소독제 구입대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휴지는 물론 손소독제 대란은 없었다. 이유를 따져 보니 손 소독제 수요를 직감한 국세청의 발빠른 대응이 있었다. 국세청은 손 소독제의 핵심 원료인 주정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주류업계와 협업을 진행했고, 주세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주정 기부'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낸 공로가 크다.
29일 국세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주정도매업체인 대한주정판매(주)는 '손 소독제 제조사가 주정구매를 요청하면 음식·주류 제조사보다 우선적으로 주정을 공급해 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국세청으로부터 받았다.
국세청의 연락을 받은 대한주정판매는 즉각 손 소독제 제조용 주정의 공급량을 확 늘렸다. 이러한 조치는 원료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수급을 안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한국알콜산업, 대한주정판매, 주요 수입업체가 공급한 손소독제 주정 공급량은 14만7810드럼(200ℓ)으로 전년에 비해 98배 늘었다.
지난 2월엔 한국알콜산업이 국세청에 '주정 제조방법 승인' 요청을 했다. 기존 제품과 다른 손 소독제용 주정 생산을 위해서였다. 이러한 규제를 풀어주기 위해선 조방법 승인(15일)을 거쳐 주질 감정(15일)까지 거쳐야하기에 통상 30일 정도 걸렸다.
국세청은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부분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행정절차를 4일로 대폭 줄였다. 해당 업체는 손 소독제용 주정을 조기에 생산할 수 있게 됐으며, 현재도 생산량을 최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주세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부분도 화제다.
최근 소주 제조업체인 대선주조(주)가 소주 제조용 주정을 지방자치단체에 방역으로 기부했다. 이 행위를 두고 주정 관련 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소주 제조사가 타인에게 주정을 양도하는 행위가 적정한지가 논란이었다. 종전까진 주정을 기부한 사례는 없었다.
국세청은 이 기부행위에 대해 '주조 원료의 용도 변경·제조장 외부 반출'에 대한 세무서장 승인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 목적으로 기부한 것이기에 부정유통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현재 (주)금복주, 디아지오코리아(주), 롯데칠성음료(주) 등 10여개 주류업체에서도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주정 제조를 위한 '실수요자 증명' 신청을 신속하게 처리하거나, 주류산업협회에 주정이나 소독용 제품의 인위적인 공급량 조정 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한 부분도 적극 행정 사례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