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전년비 62.5% 급감…트레이딩·상품부문에서 대규모 손실
한화·KB·SK·교보證도 적자전환, 현대차·유진證·외국계는 선전
증권사들의 1분기 순이익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보다 6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50개 증권사의 순위가 모두 바뀌는 등 증권사간 판도가 급변했다.
지난해 1분기 선두였던 한국투자증권은 순익이 대폭 감소, 최하위로 밀려났고 4위였던 메리츠증권은 선두에 올랐다.
1일 각 사 사업보고서와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0개 증권사의 올 1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542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조4461억원 대비 62.5%나 급감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국내외 증시 폭락, 환율 변동성 등의 영향으로 트레이딩과 상품손익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의 자체헤지비용이 증가하며 증권사들에 큰 손실을 끼쳤다.
지난해보다 35개 증권사의 순이익이 감소했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KB증권 등 11개 증권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와 모건스탠리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15개 증권사만 순익이 증가했다.
다수 증권사들을 실적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IB부문에서 선전하며 증권업계 선두에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올 1분기 745억원의 순이익으로 지난해 1192억원 대비 37.4% 줄었음에도 다른 경쟁 증권사들에 비해선 감소폭이 작았다.
ELS 자체헤지운용 손실 등으로 트레이딩 수익이 지난해보다 65.7% 줄었음에도 기업금융(IB) 부문에서 61% 급증한 889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한 영향이 컸다.
이 증권사는 1분기 1조8000억원 규모의 벨기에 브뤼셀 오피스 빌딩의 인수주선 및 자문 등 건당 수수료가 높은 딜을 수행하면서 순영업수익 중 IB수수료 수익이 1431억원으로 61.0%나 급증했다.
이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가 탑5에 올랐다.
미래에셋대우는 4.1% 순익이 감소한 647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경쟁 증권사대비 감소폭이 작아 선전했다. 순위는 8위에서 2위로 올랐다. 트레이딩 부문에서 큰 타격을 봤지만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이 급증,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NH투자증권은 625억원의 순익으로 전년대비 57.4% 급감하며 3위를 기록했다.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이 60% 넘게 급증했지만 ELS, DLS 부문에서 파생상품평가 및 거래손실을 기록했고 크레딧스프레드 확대로 해외채권 부문에서 손실이 나며 순익이 크게 감소했다.
4위, 5위에 오른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전년보다 각각 19.4%, 36.9%씩 순익이 감소했지만 업계 평균 감소폭을 상회하며 선방했다.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 교보증권 등 11개 증권사는 적자로 전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23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업계 1위에 올랐지만 올 1분기에는 5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체 증권사 중 최하위로 밀렸다.
다른 대형 증권사 중 KB증권(-102억원) 과 중소형사인 한화투자증권(-387억원), SK증권(-90억원), 교보증권(-19억원) 등도 적자로 전환했다.
다수 한국계 증권사들이 1분기 실적 충격에 휩싸였지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부국증권, 한양증권은 오히려 순이익이 증가, 돋보이는 성적표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은 리테일과 채권사업 부문의 약진에 힘입어 전년대비 22.0% 순익이 증가한 259억원을 기록, 업계 탑10에 올랐다. 유진투자증권은 200억원의 순익으로 전년대비 배가 급증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부국증권과 한양증권도 각각 65.5%, 115.7% 급증하며 탑20에 올랐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대체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 한국계와 대조를 보였다.
수익 구조가 브로커리지에 집중돼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증시 변동성에 따른 거래대금 급증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제이피모간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의 순이익은 각각 72.3%, 117.5% 치솟으며 탑10에 올랐다. 골드만삭스증권, 모건스탠리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UBS증권의 순이익도 36.3%~120.9% 급증하며 20위권 안에 진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