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전달' 한만호씨 동료 수감자, '거짓 증언 종용' 진정
서울중앙지검, '옴부즈맨 역할' 인권감독관에 사건 배당
당시 수사팀은 정면 반박…"사실과 다른 명백한 허위 주장"
◆…서울중앙지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한 '증언 조작' 의혹 진정 사건을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하고 진상 파악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이 검찰의 '증언 조작' 의혹에 대해 자체적인 진상 파악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법정 증인으로 출석했던 최모씨가 법무부에 제출한 진정 사건을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최씨는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수감자다.
최씨는 지난 4월 검찰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거짓 증언을 종용했다는 취지로 법무부에 진정서를 냈다. 법무부는 관련 절차에 따라 같은달 17일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이송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자체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이 위증교사 의혹을 배당한 '인권감독관'은 부장검사급으로 지난 2017년 8월 신설됐다. 서울중앙·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 등 전국 5개 지검에 신설된 자리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없었는지 감시·감독하는 것이 임무다.
인권감독관은 일반 수사 사건을 배당받지 않으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관련 진정 사건, 내부 구성원의 비리에 관한 감찰 사건, 피해자 보호 관련 업무 등의 인권 수호 임무를 전담한다. 최씨가 주장한 검찰 '증언 조작' 의혹도 수사 과정과 관련된 진정 사건에 해당돼 인권감독관에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 전 총리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수사팀은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있어 최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지는 미지수다. 수사팀은 "한 전 대표가 법정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3명의 수감자를 불러 한 전 대표의 위증 경위를 조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중 2명만 법정 증인으로 신청해 진술을 들었고, 그마저도 한 전 총리 유죄 인정의 증거로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법정에서 증언한 수감자 중 한 명은 당시 이미 출소했고, 별도 혐의가 없어 별건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유도할 수 없었다"면서 "나머지 수감자에게도 특정 진술을 유도하거나 한 전 총리의 공소유지에 필요한 질의답변을 강요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해 증언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자체적인 조사에 나섰다. 당시 수사팀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씨는 2011년 3월 한 전 총리 1심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대표에게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가 9년 만에 입장을 바꿔 법무부에 진정을 내면서 파문이 일었다.
한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법정에서 검찰 진술을 번복한 바 있다. 최근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가 공개한 한 전 대표의 비망록에는 한 전 대표가 추가 기소의 두려움과 검찰의 회유 등으로 검찰에서 허위로 진술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최씨의 증언은 재판 당시 검찰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던 한 전 대표의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또 다른 한 전 대표의 동료 수감자 김모씨 또한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진술이 맞지만 법정에서 이를 뒤엎겠다'고 말하는 것을 한 전 대표에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법무부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고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만큼 검찰 수사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