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상 교수 "증권거래세·대주주 양도세 즉시 폐지해야"
김우철 교수 "정부, 초기에 조세정책 기본전략 공표해야"
-한국조세정책학회·조세일보 공동 세미나-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4차 조세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조세 전문가들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문제와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언들을 쏟아냈다.
이달 말 정부의 내년도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주요 조세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와 조세일보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제14차 조세정책 세미나를 공동개최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문제와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중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이동건 삼일회계법인 전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 무엇이 문제인가?(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국가재정 건전성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제언(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등 2가지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 "증권거래세·대주주 양도소득세 즉시 폐지해야" |
◆…16일 오후 열린 제14차 조세정책세미나에서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현행 대주주 양도소득 과세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제도를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개별 주식에 세금을 매기는 기존의 대주주 양도소득 과세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과 정면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는 과거의 과세대상자 확대를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과세 정상화가 논의되는 현 시점에서 당연히 폐지하는 것이 맞다는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대주주에게 과세하고자 한다면) 정부가 명확히 정책의 목적을 밝히고 문자 그대로 대주주 혹은 지배주주를 정의한 뒤 한정적으로 적용해야한다"며 "다른 주식투자자의 경우 모두 일반 주식의 양도소득세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증권거래세 부과는 증권투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이자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자금이탈 방지를 막기 위해 증권거래세 역시 전면 폐지되는 것이 맞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전면 폐지가 불가하다면 일몰제를 도입해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로드맵을 주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펀드와 주식을 차별하지 말 것 ▲주식 장기보유 인센티브 설계 ▲세액공제 및 소급공제 방향 추가 고려 ▲월별 원천징수와 같은 꼼수를 지양해 투자자금 이탈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세제개편을 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주제발표 뒤엔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의견은 제 각각이었지만 제도변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에선 대부분 같은 입장을 취했다.
■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 장기적으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입법화 하는 것이 타당하다. 윤 교수는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세수증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 된다"며 "세수중립성 입장에서 볼 때 증권거래세는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하나, 단기적으로 쉽게 폐지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어 "과거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도입했을 때처럼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며 "대주주에 대한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확대한 후 모든 투자자에게 확대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세범위 및 세율의 점진적 확대 및 인상, 손실상계기간을 길게 한 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 등을 고려해 세후기대수익률에 급격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본의 해외투자로 인한 충격 완화방안 등도 함께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 = 금융투자소득 중 누진과세제도는 제도의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거래의 중립성을 해치므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부문장은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이 현행 금융세제의 비중립성과 복잡성을 상당부분 완화시킬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춰 큰 틀에선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한편으로 세제개편방안에서는 소득재분배를 추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근본적인 세제개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변칙거래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결과적으로 세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의 효율성만을 저하시킬 것으로 전망 된다"며 "정부는 장기특별공제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사유로 단일세율구조에서는 이러한 공제제도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타당성을 얻으려면 3억원 초과분에 대한 고세율 적용제도는 폐지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 = 정부가 포괄적 '금융투자소득' 방안을 도입해 금융상품 간의 조세중립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력한 한편, 금융투자소득을 단순화함으로써 자본시장 과세체계를 합리적이고 이해 가능한 방향으로 설계한 뒤 조세중립성과 단순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이번 금융세제개편을 통해 금융상품 간의 자본차익을 동일하게 취급함으로써 금융상품 소득 간 수평적 조세공평성이 제고되고, 한국의 금융세제가 자본소득과세의 포괄화 및 단순화라는 국제적 동향과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 다음은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주요 내용. (2020.06.25)
① 금융투자소득 분류과세 도입
• 금융투자소득 분류과세 도입
• 채권 양도소득 (2022년), 소액주주 상장주식 (2023년) 단계적 과세 확대
• 예·적금, 저축성보험, 채권이자 및 법인배당금은 현행 이자-배당소득 종합과세
② 금융투자소득 간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 적용
•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소득금액 및 손실금액 합산
•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 2천만원 공제, 해외·비상장·채권·파생 도합 250만원공제
• 과세형평, 해외사례 참조해 3년간 이월공제
• 과세표준 3억원 이하 20%, 3억원 이상 6천만원 + 3억 초과분의 25%
• 금융회사 원천징수(계좌별 원천징수세액 계산, 인별 통산, 결손금 반영)
• 금융회사를 통하지 않은 소득은 반기별 예정신고
• 다음연도 5월말까지 과세표준과 세액 확정신고
③ 증권거래세 조정 (2022년~2023년 시행)
• 세수중립적 증권거래세 인하
• 2022년 증권거래세 0.02% 감소, 2023년 0.08% 감소
• 증권 거래세 0.1% 인하 시 코스피 (0.15% 농특세), 코스닥 (증권거래세 0.15%), 비상장 (증권 거래세 0.35%)
|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재정 건전성 높이려면? |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미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재정정책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뒤 국가재정 건전성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을 내놨다.
포스트 코로나 재정정책 과제(재정 유지가능성과 세입확충 방향)를 주제로 발표한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위기는 성격은 다르지만 강도와 범위는 외환위기에 버금가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2020년 예산이 통과될 때까지도 재정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란 지속됐지만, 코로나19 위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회복을 위해 '확대재정'은 상당기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세입확충방향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주요 세제개편 사례를 보면 연례적인 정부 세법개정안을 통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불규칙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인 초점에 맞춰 개별적인 정책목적에 따라 세제가 바뀌면서 세제의 통일성을 훼손하고 방향성과 안정성을 저해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 전체(5년)를 관통하는 세제 개편 운영 목적과 원칙, 이를 실행하기 위한 기본방향과 구체적인 계획을 국민들에게 공표한 뒤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증세를 한다면 정책우선순위 상 역진적인 부가가치세보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개인소득세 정상화를 선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의 발제 뒤에 포스트 코로나 재정정책과 방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 규제와 세금의 완화를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홍 교수는 "국가재정은 국가운영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재원만 운영한다는 기조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에서는 국가주도로 재정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 것은 현실 상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결국, 코로나19 국면에서 경제를 살리려면 규제 및 조세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주도가 아닌 기업중심의 민간주도에 역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어떤 정부라도 다음 세대를 위한 재정유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정을 운영할 것을 대다수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저성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세입결손과 재정적자가 상호상승 작용을 일으켜 재정적자가 누적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재적적자 비율이 50%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거래 및 행정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지원 복지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막대한 비효율성과 지나친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책의 지속성이 필요하며 충실한 장기재정전망의 토대를 두고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세를 한다면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을 우선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에너지세제 또한 환경비용 관점 측면에서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재정적자가 상당히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확장재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위기를 감안할 때 재정지출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보다 중요한 것은 조세개혁"이라며 "조세개혁의 대원칙은 세원은 넓히고 적정세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제·감면제도를 정비하는 등 종합적으로 세원을 넓힐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재정지출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효율성과 공평성을 도모해야한다"며 "우선적으로 자산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면서 그 재원으로 필요한 지출을 충당하고, 부족하다면 이후에 소비세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