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백 등 고려해 양형기준 최하한 선고한 원심은 부당"
조현범 사장 "안일한 생각으로 물의 일으켜 송구"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 대해 검찰이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뒷돈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에 대해 검찰이 2심에서도 1심과 동일한 징역 4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부장판사 최병률·유석동·이관형) 심리로 17일 열린 조 대표의 업무상 횡령·배임수재 등 혐의 공판에서 검찰은 조 사장에게 징역 4년과 6억1500만원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은 2심 첫 공판이었지만, 조 사장이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히자 재판부는 곧바로 결심을 진행했다.
검찰은 "조 사장은 대기업 오너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장기간에 걸쳐 자금을 빼돌리고, 차명계좌를 이용해 범죄수익을 숨겼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1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배임수재와 관련해 1억원 이상이면 가중사유시 징역 3~5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1심은 피고인이 원심에서 자백했다는 점을 고려해 양형 최하한인 징역 3년을 선고했는데 이같은 선고가 적절한지 살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반면 조 사장 측은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들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 형량은 다소 무겁다"고 반박했다.
조 사장은 최후진술에서 "안일한 생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이 사건을 통해 많은 분이 고통받은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진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되도록 매순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결심 공판이 진행되면서 조 사장 사건은 선고만 남았다.
조 사장은 2008년~2018년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납품거래 유지 등을 대가로 매달 500만원씩 123회에 걸쳐 총 6억1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타이어 계열사 자금을 매달 200만~300만원씩 102회에 걸쳐 총 2억6500만원을 빼돌린 혐의(배임수재·업무상횡령 등)도 받았다.
검찰은 조 사장이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지인의 매형과 유흥주점 여종업원의 부친 명의로 된 차명계좌 등을 이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조 사장이 빼돌린 자금 8억여원은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1심은 지난 4월 조 사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조 사장은 회사와의 신임 관계를 저버린 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자금을 마련한 데다 수수 금액도 매우 크다"며 "피고인들 모두가 이 사건 범죄사실을 시인하고 있으므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같이 참석한 조 사장의 친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은 "1심 판결문에 범행동기에 대한 부분이 없어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친누나를 증인으로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9월9일 오후 4시 조 부회장의 친누나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조 부회장에 대해서도 "한국타이어 대주주로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누나를 고위직으로 등재하고 임금을 횡령했다"며 1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조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