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 "공산주의자 발언은 허위사실 해당"
문재인 '부림사건 변호인'도 허위 진술로 명예훼손
고영주 "청와대 하명대로 판결한 것" 즉각 상고 예고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2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고 전 이사장은 "청와대의 하명대로 판결했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최한돈 부장판사)는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전체적으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 사건의 결론을 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문 대통령으로부터 어떠한 압력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고 1심과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이어 "'문 대통령의 청와대 인맥, 부림사건 인맥으로 공산주의자로 활동했다'는 표현은 고 전 이사장이 적시한 사실을 기초로 한 의견 또는 논평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전체적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보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을 부림사건의 변호인이었다"고 말한 부분도 허위라고 판단했다. 부림사건은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부산 지역에서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사건이다. 고 전 이사장은 당시 '부림사건'을 수사한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였다.
재판부는 "문 대통령은 1981년 당시 사건의 변호인이 아니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며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 역시 피고인의 논리 비약으로 모두 허위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고, 표현의 자유 범위도 벗어났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림사건의 원 사건이 아닌 재심 사건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공산주의자 표현은 다른 어떤 것보다 피해자(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며 "발언의 중대성과 초래되는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결과 및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이념 갈등 상황 등을 비춰보면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칭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동체 내의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을 했고, 이는 헌법 정신에도 명백히 어긋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발언의 시점이 오래됐고, 갑작스러운 연설 요청으로 즉흥적으로 발언을 했던 점 등을 유리한 양형으로 참작했다.
◆…허위사실로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고 후 문 대통령 측 변호인은 "오늘 판결은 명예훼손의 법리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추권자의 의견을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준 것 같다"고 입장을 냈다.
반면 고 전 이사장은 "사법부의 판결이라고 볼 수 없다. 청와대 하명대로 판결한 것"이라며 즉각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현재 대법원은 문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이뤄져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엄청 넓게 이해해주고 있다"고 했고, 변호인도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판결을 한 것이라 그 자체로 부당해서 상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보수단체가 개최한 '애국시민 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인 문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부림사건이 공산주의 운동이며 문 대통령이 당시 변호인이었다"고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검찰은 2017년 9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 전 이사장을 불구속기소했다. 1심은 "고 전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표현이 허위사실인지 판단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검찰이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 6월 2심 결심공판에서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