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인사청문회서 새 의혹 제기에 방어 나서다 헛발질
'넘어선 안 될 선' 넘은 민주당...秋 사태 설상가상
윤주경 "매우 참담한 마음", 서욱 "제가 의사 표현하기 곤란"
국민의힘-국민의당 등 야권은 일제히 '망언' 규탄
◆…안중근의사 기념관 모습(사진=국방정신전력원 블로그. https://blog.naver.com/jungsin3560/221013344065 캡처)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서욱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특혜휴가 논란과 관련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자 이에 대한 방어차원에서 나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안중근 의사 인용 발언이 결국 정쟁의 중심에 섰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로지 민생을 위해야 할 대정부질문이 연이어 추미애 장관 아들 청문회로 변질되고 있다"며 "명확한 사실관계는 추 장관의 아들이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복무 중 병가를 내고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국방부도 '휴가 연장에 특혜는 없었고 구두승인도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추 장관 아들과 함께 카투사에 복무했던 동료도 '서씨에게 어떠한 특혜도 없었고 오히려 모범적인 군 생활을 했다'라고 증명했다"며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익명 인터뷰까지 거론했다.
그는 나아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 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며 서씨의 군 복무를 비유한 뒤, "야당은 '가짜 뉴스'로 국방의 의무를 다한 군 장병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후 박 대변인이 인용한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하고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중국 뤼순감옥에서 남긴 유훈으로, 휴가 특혜 의혹에 휩싸인 추 장관의 아들을 비호하기 위해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을 인용했다는 점에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민주당은 거센 비난여론에 즉각 사과하고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박 대변인은 해당 문구를 삭제한 뒤, "오늘 대변인 논평에서 적절하지 않은 인용으로 물의를 일으켜 깊이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좀 더 신중한 모습으로 논평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즉각 "민주당은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를 오염시키지 말라"고 질타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반칙과 특권에 왜 난데없는 안중근 의사를 끌어들이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김치찌개, 동사무소. 아슬아슬하더니 '쿠데타'에 안중근 의사까지...장관 아들 한 사람 구하려다 집권 여당이 이성을 잃고 있다"며 "대국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나오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급할 때일수록 숨을 몰아쉬길 권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독립운동가 매헌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서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중에 "참담한 마음"이라며 "추 장관이 아들은 군대에 안 가도 되는데 갔다고 미화하는 것, 이런 것이야말로 군기문란이 아니냐. 위국헌신군인본분의 그런 거룩한 일을 했다고 말했는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서 후보자는 이에 "제가 의사 표현하기 곤란한 상황인 것 같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에 윤 의원은 "'위국헌신군인본분'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더 낮은 자세로 군 복무를 해서 이와 같은 공정하지 않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자기가 최선을 다했어야한다"며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이런 모습을 보려고, 이런 나라를 보려고 했나. 이러고도 감히 안중근 의사의 말로 비유하는지 너무 참담하다"고 분노를 쉽게 삭히지 못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논평을 통해 "지하에 계신 순국선열들께서 통탄하실 일"이라며 "정말 막나가도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니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순흥 안씨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망언을 당장 거둬들이고, 안중근 의사를 욕되게 한 것에 대해 사죄하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서ㅇㅇ 의사에 대한 국가서훈을 추진합시다"라고 비꼬았다.
진 전 교수는 그러면서 "'위국헌신'을 하셨으니 안중근 의사처럼 '대한민국장'으로 기려야죠. 아니면 '군인 본분'을 다 하셨으니 최소한 화랑무공훈장을 드리거나"라고 힐난했다.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 유훈을 실천한 것으로 비유한 데 대한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해당 문구를 삭제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형국이 된 모양새로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특혜의혹은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논란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여러 차례 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언행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지만 특히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선 점점 더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원내대변인의 논평에서 예상하지 못한 '헛발질'이 나와 더욱 이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