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1차 긴급생계자금이 선불카드와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되자, 시장에선 '선불카드와 온누리상품권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제공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상인, 서민 경제가 휘청이면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풀었던 온누리상품권이 '세금폭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문제가 수면 아래 잠자코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고 사회가 안정을 찾을 즈음에는 온누리상품권으로 인한 세금 문제로 시끌시끌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전통시장이나 상점가 등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으로 개인이 구매하면 5%를 할인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워지면서 할인율을 10%까지 늘려 상품권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은 공공기관 등 일부에서만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배포하는 등 사용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사용처가 전통시장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데다, 시장 상인들도 온누리상품권보다는 현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컸던 탓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신천지발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대구시의 경우 지난 4월 1차 긴급생계자금을 선불카드와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했다.
대구시는 1차 긴급생계자금으로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43만7000여가구에 2768억원을 지원했으며 이 중 2187억원을 선불카드로, 나머지 581억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했다.
갑자기 시중에 몇백억원이나 되는 온누리상품권이 풀리자, 대구시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아닌 곳도 상품권을 받는 곳이 생겨나는 등 이전과 달리 상품권 사용이 활발해졌지만 그 이면에는 상품권 '깡'이 문제가 불거졌다.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가맹점으로 등록한 상인만 취급할 수 있으며 월 1000만원 한도 내에서 현금으로 환전가능하다. 은행에서 환전한 경우에는 해당 상인의 인적사항이 남게 된다.
온누리상품권 등록 가맹점이 아닌 상인의 경우 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할 루트가 없다보니,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5% 정도의 수수료를 주고 환전을 부탁하는 것은 이미 암암리에 퍼져있는 사실이다.
대구시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상인들의 경우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아닌 상인들의 상품권을 수천만원씩 받아 아직도 환전을 다 하지 못한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전해진다. 한 상인은 "대부분의 상인들이 온누리상품권은 매출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고 있어 상품권 '깡'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시장 상인들이 온누리상품권을 환전할 수 있는 금액(월 1000만원)을 면세금액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례도 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상품권 '깡'을 하는 것 자체 뿐만 아니라, 세금 신고다. 다른 상인의 상품권을 환전해주는 대신 수수료 5%를 챙긴 것까지는 적발되면 해당 법령에 따라 별도의 처벌을 받는다고 쳐도, 다른 상인으로부터 받은 상품권이 자신의 매출로 잡혀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온누리상품권 발행과 가맹점 관리를 맡고 있는 소상공인진흥공단 관계자는 "가맹점 등록을 할 때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매출도 신고해야한다고 안내를 하지 않고, 가맹점 등록 신청 결과만 통보해주고 있으며 관련 문의가 있는 경우에는 신고대상이라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가맹점 등록 과정에서 세금 신고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반면 대구지방국세청은 지난 7월 2020년 1기 부가세 확정신고를 안내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온누리상품권 환전금액을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A씨는 모 은행에서 온누리상품권 1000만원을 환전했으니 매출로 신고하세요"라는 안내다.
바꿔 말하면 "온누리상품권 환전내역을 국세청이 다 가지고 있으니, 매출 신고 잘하세요"라는 뜻이지만, 국세청의 안내와 달리 지난 7월 신고 때 온누리상품권 매출을 성실하게 신고한 상인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연말까지 영세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신고내용 확인(사후검증)을 축소 운영하고 세무검증을 유예한 상황이라 국세청에서 불성실 신고한 납세자를 콕 집을 수 없어 구체적인 탈루 규모나 지침도 나오지 않았지만, 세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시장 상인들이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매출 신고를 상당수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문제는 국세청이 봐주고 싶어도, 은행에서 온누리상품권을 환전한 금액은 전산자료로 다 남기 때문에 불성실 신고의 경우 전산에서 다 걸러진다는 점이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세무서 직원들이 상인들에게 성실신고하라고 하면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죽겠는데, 세금을 쥐어짜고 있다고 하소연 해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미신고 매출에 대해 국세청이 검증에 나설텐데 그 때 거센 항의와 민원이 있을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온누리상품권 매출 금액에 대해 신고하라는 안내문 발송 외에 지역세무사회를 통한 협조 요청과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방치하다가는 부가세 뿐 아니라 내년 5월 소득세 신고까지 온누리상품권 매출 누락분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상인들 입장에서는 성실신고를 했다면 내지 않아도 될 가산세 폭탄까지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 매출에 대한 신고는 당연한 부분이라 우리가 안내문에 기재해 납세자에게 발송한 것 외에 다른 홍보활동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인지했으니 지역세무사회나 상인회 등을 접촉해 온누리상품권 매출에 대한 성실신고를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