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가깝지 않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백신 외교' 강화
미국도 백신을 개발 중이나, 미국 행정부는 해외 보급엔 관심 없어
코로나19 발병지란 추문을 떨치기 위해 '백신 외교'에 힘주고 있어
중국 제약사가 중저소득 국가 15%만 차지해도 3조 원 매출 가능
◆…악수하는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조정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나라들에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며 미국과 가깝지 않은 나라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백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를 중국 백신의 '우선'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약속하는 등 백신 외교의 선봉에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 있는 백신이 4개 있으며 글로벌 백신 공급국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마지막 3상 임상시험으로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한다.
신문은 미국의 존슨앤드존슨, 모더나와 같은 미국 제약사도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미국 행정부는 해외 보급을 돕는데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 애런 코넬리 박사는 “미국은 동남아시아 백신 거래를 중국에 마지못해 넘겨줬다”고 말했다.
신문은 중국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나흘 동안 방문하면서 “동남아시아 코로나19 대유행에 백신을 공급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와 만나 지난 8월 중국제약사 시노박과 인도네시아 제약사 바이오파마가 맺은 협약을 재차 확인했다.
시노박은 계약에 따라 2021년 3월까지 3상 임상 중인 백신 4천만 개를 다음 달부터 공급한다. 지금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아 약 37만 명에 이른다.
코넬리 박사는 “인도네시아가 중국 백신에 너무 의존하면 중국이 이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 백신의 효능이 낮더라도 인도네시아는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외교협회 황옌중위원은 “중국은 '마스크 외교'가 실패한 곳에 '백신 외교'를 성공시키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각) 중국은 외교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백신을 영향력 강화를 위해 쓴다는 소리에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 싱은 “개발도상국에 (백신)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협력이 목표이다. 중국은 대국으로써 책임을 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중국이 몇몇 유럽 국가에 중국산 마스크와 개인보호장비로 접근했지만, 기준미달로 마스크 전략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자오 싱은 “전 세계가 백신 경쟁을 하는 동안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데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중국이 아시아를 넘어 영향력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와 대다수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에도 백신 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 1조 3천억 원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브라질 상파울루주가 현지에서 3상 임상시험 중인 시노박 백신 4천 6백만 개를 공급받기로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도 세계보건기구가 지원하는 코백스에 동참해 내년 말까지 백신 20억 개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백스는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모든 국가에 충분하고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운영하는 백신 공급기구이다. 미국은 코백스에 가입하길 거부했다.
◆…중국 코로나 백신 개발업체 시노백 생산시설 (사진 연합뉴스)
신문은 중국만이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며 인도네시아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백신 1억 개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물류와 규제를 넘어 약속을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면서 지금 중국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거의 멈춘 상태라 백신 수요가 급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제약사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신문은 중국이 백신 경쟁에서 이기거나 확실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면, 국가와 민간의 협력이 중요한 중국 과학 개발 모델에 대단한 성취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탠퍼드 대학 카렌 에글스턴 교수는 “중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인한 추문을 뛰어넘어 공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경제와 기술 전문성을 활용해야 할 '역사적 순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연간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이 내년까지 10억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백신후보 가운데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것은 시노백, 시노팜, 칸시노가 있으며 칸시노 바이오로직스와 중국 군사과학원이 함께 4번째 백신후보를 개발하고 있다.
신문은 중국 백신 제조사들이 해외 파트너를 구하는 이유를 중국 내 감염자 부족으로 3상 임상시험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황 부이 박사는 “백신에 문제가 있으면 중국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지도력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거대한 이익을 고려할 때 중국이 기꺼이 감수할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에센스 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 백신 제조사가 중 저소득 국가 시장의 15%만 차지하더라도 약 3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중국 제조사들은 3상 임상이 완료되기 전에 긴급사용 승인받아 백신 수십만 개에 대한 생산과 유통을 늘리기 시작했다.
신문은 중국의 백신 공세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는 시노박의 3상 임상시험 제안을 거부했다. 시노박은 방글라데시에 3상에 대한 대가로 백신 11만 개와 일부 기술 이전을 약속했으나 방글라데시 정부는 4천 명에 45억 원이 드는 시험의 대가로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