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당 늘려 주주 달래기 vs SK텔레콤, 우버 투자 밝혀
분할기업 자산은 LG화학의 41.5% vs SK텔레콤의 0.6%에 불과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떼내 물적분할로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하려는 것과 때맞춰 SK텔레콤도 모빌리티 사업을 물적분할로 분사해 티맵모빌리티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LG화학과 SK텔레콤의 물적분할 방식은 이사회 의결 후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LG화학의 물적분할에는 소액주주 상당수가 반대를 보이며 인적분할을 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는 반면 SK텔레콤의 물적분할은 투자자들로부터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무반응 속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SK텔레콤의 큰 반발을 보이지 않은 데는 신설법인인 티맵모빌리티의 자본금과 자산총계가 분할존속기업인 SK텔레콤에 비해 적은 규모일뿐 아니라 분할후 우버의 투자 참여 등을 투명하게 공개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의 분할신설기업인 티맵모빌리티는 자본금이 50억원, 자산총계가 1860억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티맵모빌리티의 자산총계는 존속기업인 SK텔레콤의 0.6%에 불과합니다.
SK그룹은 티맵모빌리트의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우버와 동맹을 맺었고 우버로부터 약 5000만 달러(약 575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 받았습니다.
반면 LG화학으로 물적분할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자본금이 1000억원, 자산총계가 10조2552억원에 이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자산총계는 존속기업인 LG화학의 41.5%에 이르며 LG화학의 주된 성장동력이 빠져나오는 셈입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후 주주 구성과 투자 유치 등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고 대신 LG화학의 주당 배당금을 보통주 1주 당 1만원 이상으로 하겠다는 배당정책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LG화학이 의사회 결의로부터 임시 주주총회까지는 추석연휴와 한글날 연휴를 포함해 44일이 걸리게 되며 SK텔레콤은 42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G화학의 주가는 이사회 의결 하루전인 9월 16일 주식시장에서 물적분할설이 퍼지면서 전거래일보다 5.4%(3만9000원) 내린데 이어 17일에는 6.1%(4만2000원) 연이어 하락했습니다.
LG화학의 23일의 주가는 65만원으로 공시 직전 거래일 종가의 68만7000원에 비해 5.4% 하락한 상태입니다.
반면 SK텔레콤의 주가는 10월 16일 장 시작전 물적분할 공시가 나왔으나 전거래일 주가로 장을 마감했고 다음 거래일인 19일에는 0.9%(2000원) 떨어진 23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SK텔레콤의 23일 주가는 23만8500원으로 공시 직전 거래일 종가의 23만4500원에 비해 1.7% 상승한 수준입니다.
LG화학과 SK텔레콤이 똑같은 방식의 물적분할을 취했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LG화학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나타났고 SK텔레콤은 우호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각사 홈페이지 및 보도자료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 물적분할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25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에 찬성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LG화학의 물적분할이"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며 “배터리 사업 성장을 위해 추가 투자재원 확보가 절실하며 효과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분할이 필요하다는 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LG화학의 인적분할은 향후 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 부담 확대, 신속한 의사결정 지연 등의 문제점이 있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결권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는 LG화학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될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 계획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스틴베스트는 '2020년 LG화학 임시주주총회 안건 의견'에서 “국내 상장사의 경우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디스카운트(할인)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LG화학의 물적분할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서스틴베스트는 2015∼2019년 자회사를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국내 상장사 중 한 개의 상장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44개사를 분석해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있는지에 대해 통계적으로 검증했습니다.
서스틴베스트는 “인적분할은 소수 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처분권을 가질 수 있지만 물적분할 시에는 지배주주가 독점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스틴베스트는 “모회사 일반주주들이 분할 신설회사에 대한 경영 통제 수단을 상실해 존속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받아야 하는 배당 등도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에 찬성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5년 설립된 ISS는 젠스타 캐피털(Genstar Capital)이라는 사모펀드를 모회사로 하고 있습니다. 본사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위치하고 있고 뉴욕, 캐나다,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ISS는 “향후 신설되는 배터리 독립법인은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서 LG화학의 물적분할에 동의하는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ISS는 또 “LG화학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새로운 배당정책을 수립하는 등 주주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치열한 경쟁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회사가 조직 구조를 바꾸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14일 LG화학 분할계획서 승인의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보다는 이슈의 점검과 필요한 제언이라고 전제하고 분할의 명분과 지분가치 희석 우려를 보완할 주주환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이슈 점검 보고서에서 “주주가치 측면에서 인적분할이 긍정적일 수 있으나 기업의 장기 성장 가치를 고려하면 물적분할에 따른 기업공개의 정당성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있는 존속법인 주주의 주주권익을 보완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자기주식 소각은 물적분할로 인해 부각된 존속법인의 지분가치 훼손 우려를 경감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오는 30일의 LG화학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들의 공개적인 찬반 의사 표명과 함께 LG화학 물적분할을 다루는 세미나도 개최될 예정이어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6일 오후 전경련회관 토파즈룸에서 'LG화학 물적분할 :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이 기업의 성장동력을 떼내 지주회사인 오너가에 유리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물적분할이 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 변경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