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역 17년·벌금 130억원 선고한 2심 확정
다스 비자금 횡령·삼성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MB, 보석취소 결정 재항고 기각…바로 재수감 예정
◆…대법원이 29일 다스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다스 비자금 340억여원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100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지 약 2년4개월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9일 오전10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 선고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 원을 선고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이 전 대통령이 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건이 기각됨으로써 이 전 대통령은 재수감되게 됐다.
대법원은 다스 자금 등 횡령, 삼성그룹의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하고,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문건을 영포빌딩에 빼돌린 혐의(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및 일부 다스 법인세 탈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49억여원을 조성해 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의 혐의로 지난 2018년 4월 기소됐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국고손실·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16개에 달한다.
1심은 2018년 10월 246억원대의 다스 자금 횡령 등 이 전 대통령의 16개 혐의 중 7개를 유죄로 보고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에게 받은 23억여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10만 달러 등을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의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특별사면과 삼성의 금산분리 현안 등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59억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최대 쟁점으로 다퉈졌던 '다스 실소유자'에 대해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질적으로 소유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관련자들의 지시를 비춰 볼 때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스 비자금 횡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3월14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후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액수가 51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5월 검찰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넘겨받고 수사를 벌인 결과 삼성이 소송비 명목으로 건넨 돈이 더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2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구형량을 1심의 징역 20년에서 징역 23년으로 높였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액수에 대해 8억원을 추가로 인정하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은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공무원이나 사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나아가 부정한 처사도 했다"며 "뇌물 총액이 94억원에 달해 그 액수가 막대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기간 다스의 대표이사 등에게 지시해 조직적으로 다스 자금 252억원을 횡령했고 이를 회사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했다"면서 "그럼에도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다스 직원 등이 허위로 진술했다고 탓하고 있고, 책임이 명백한 행위에 대해서도 반성하거나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횡령 액수와 관련해선 2심 재판부는 1심이 인정한 금액보다 5억여원 늘어난 252억원을 이 전 대통령이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삼성 대납 미국 소송비와 관련해서 뇌물을 수수한 부분도 총 119억여원의 뇌물 혐의 중 89억원을 유죄로 판단했다. 뇌물액 중 59억원을 유죄로 봤던 1심보다 27억여원이 증가된 액수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에게 공직임명 대가 등으로 받은 뇌물 액수는 1심보다 19억여원 줄어든 4억여원만 인정했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특수활동비 7억원에 대해선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이 밖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된 다스 법인세 31억원 탈루 등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고, 대통령 재직 시절 청와대 문건을 영포빌딩에 빼돌린 혐의는 '공소장 일본주의(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이 전 대통령은 1심 선고 이후 보석을 청구해 구속된 지 349일 만에 석방됐다. 이후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다시 법정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은 보석 취소에 불복해 재항고장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수감 6일 만에 다시 풀려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