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제55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 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홍은표입니다. 짧지 않은 수험기간 동안 실패를 교훈으로 삼고, 합격의 날을 고대하며 버텼습니다. 길어지는 수험기간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어떻게 버티고 이겨냈는지 수험생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합격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며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이를 개선한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는 유용한 길잡이가 되길 바라며, 보다 빠른 합격의 기쁨을 누리길 기원하겠습니다.
2. 시기별 공부방법
(1) 기본 강의 수강
저는 학원 종합반에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왕복으로 3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학원 종합반을 다녔던 이유는 비슷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통원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앞자리에 앉지는 못하였으나, 매일 일찍 학원에 도착하여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며 통원시간도 공부에 활용하였습니다. 긍정적인 자극이 수험생활에 큰 도움이 되긴 하였으나 약 3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를 매일 이동하다 보니, 간단한 운동을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무너졌습니다. 또한, 배속을 높여 강의를 듣는 것이 더욱 집중이 잘 되는 타입임에도 학원에서 1배속으로 듣다 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기본강의를 마친 후에는 집 근처 도서관을 다니며 공부하였습니다. 하지만 기본 강의를 수강하고 진도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나머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응용하는 연습이 부족했습니다. 모두들 기본강의를 수강한 후 여름방학 기간(7, 8, 9월)에는 연습서 강의를 듣는다는 말에 기본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의 진도를 따라가느라 바빴습니다. 한 과목을 여러 번 보면서 개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문제풀이 연습을 반복할 시간이 없이 진도를 나가는 것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부를 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야하는 객관식 시험이지만, 무엇이 중요한 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를 풀 수가 없었고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기본강의를 듣던 당시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에 적합한 환경을 선택할 것이며, 진도를 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실력이 어디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진도를 나가는 것에 안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2) 1차 시험
2018년 1차 시험에서 불합격한 후 실패한 원인을 찾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였습니다. 스터디도 하지 않고 혼자 공부하다 보니, 공부의 질보다는 양에 만족하였습니다. 따라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스터디를 활용하고, 학교 고시반에 들어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하였습니다.
1) 2018년 3월~6월
학교를 다니며 연습서 강의를 듣고 최소 2회독을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따라서 학교 수업을 병행하긴 해도 주 50시간의 공부시간을 인증하는 스터디에 들어갔습니다. 공부 시간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며, 모든 사람이 50시간을 해야만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개념을 체화하고 꼼꼼하게 필기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남들과 비슷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입했어야 하므로 저에게 맞는 스터디를 선택하였습니다. 시간 인증 스터디의 장점은 제가 낭비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저를 꾸준히 채찍질할 수 있었고, 7월 고시반 입실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2) 2018년 7월~10월
고시반에서 연습서 스터디를 했던 이 시기가 제 실력이 가장 크게 상승했다고 생각합니다. 회계와 세법을 위주로 스터디를 했는데, 스터디원들이 수강한 강사가 모두 달랐던 점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원인이었습니다. 각자 진도에 맞춰 연습서로 공부한 후 좋았던 문제를 공유하며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풀었습니다. 이 방식을 통해 다양한 문제 유형과 풀이방식을 배울 수 있었고, 서로의 팁을 공유하기도 하였습니다. 회계 세법은 스터디를 통해 실력을 다지고, 이 기간에 재무관리와 원가회계 연습서도 풀면서 동차기간 부담을 최대한 덜고자 하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답안지 쓰는 연습도 많이 하였습니다. 1회독 때에는 강의에서 꼼꼼히 필기한 대로 작성해보고자 하였으며, 회독 수를 높이면서 필요한 풀이과정만 남기고자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답안지를 잘 쓰는 것보다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용어를 최대한 정확히 기재하며 실력을 향상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3) 2018년 11월~2019년 1월
본격적으로 객관식 문제를 풀이하였습니다. 매일 전과목을 봐야했기 때문에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써야만 했습니다. 어느 한 과목에 치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과목별로 매일 문제 풀이를 인증하는 스터디를 활용했습니다. 특히 경제를 매일 40문제씩 풀었던 것은 합격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단원별로 문제를 푼 후 시험이 다가올수록 각종 기출문제를 풀며 전범위를 매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부시간도 적절히 배분하며 모르는 개념도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점심시간에 밥을 먹을 때 상법 암기노트를 보며 자투리시간도 활용하고자 하였습니다.
회독 수를 높이며 확실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험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불안감은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 때 방대한 양의 책들을 보면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막막하기 때문에 평소에 객관식 문제를 풀며 틀린 문제는 체크를 하고 2월에 볼 문제의 수를 줄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자주 틀리는 개념들은 따로 정리를 하고 반복하여 보면서 정리한 내용을 확실히 알았을 때 지워 나갔습니다.
4) 2019년 2월
틀렸던 문제를 반복하고, 각종 모의고사 문제를 풀며 실전 감각을 키웠습니다. 특히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할지 연습하였습니다. 학원마다 모의고사의 유형이 다른데, 이를 활용하여 어려운 문제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고민해보았습니다. 특히 지난 1차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과감히 버리는 것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붙잡고 있다가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던 점을 개선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시험은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정확하게 푸는 것이 중요하므로, 전략적으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씀드립니다.
(3) 2차 시험(동차기간)
짧은 기간 동안 다섯 과목을 보아야하기 때문에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가장 부담이 큰 기간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공부를 바로 시작하기 보다는 1주일 정도 휴식을 취하며 계획을 탄탄하게 세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여 할 수 있는 양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차 시험을 준비하며 연습서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감사를 제외하고 별도로 강의를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감사 강의를 수강하며 가장 연습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재무관리와 원가회계 과목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하루에 재무회계와 세법까지 모두 공부하고 싶었지만, 한 문제 당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2차 과목의 특성상 모든 과목을 공부하기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가장 자신 있었던 세법 과목은 주 1회에 모여서 20~30문제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늘어가는 공부량과 각종 모의고사 풀이로 인해 이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고시반에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공부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제가 담기에 부족한 양까지 다 소화하려고 했습니다. 이로 인해 자신 있다고 소홀히 한 세법 과목이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5월이 되자 감사와 세법을 소화하기 버겁다는 생각에 '일부 과목을 버려야하나'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동차를 하겠다는 목표로 2차 공부를 시작한만큼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자 5월 말부터는 세법 파이널 연습서를 매일 1회씩 풀며, 시간 내에 답안지를 작성하며 전 범위를 보도록 했습니다.
이 시기에 하루에 많은 과목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과목별로 매일 30문제씩 풀고 인증하는 스터디를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1차를 준비할 때부터 저에게 적합한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이 방법 덕분에 동차기간도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30문제일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내에서 과목별로 균형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회독 때는 작성한 답안지에 오답은 빨간 펜으로 표시하고, 보완해야 할 개념은 파란 펜으로 적은 후 빠르게 복습하였습니다. 이렇게 꼼꼼히 1회독을 한 결과 2회독 때에는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풀 수 있었고, 틀린 문제를 복습하는 시간도 줄었습니다. 1차와 마찬가지로 회독 수를 높이면서 자주 틀리는 문제는 따로 답안지를 빼서 정리하였고, 시험 1주일 전과 전날 훑어보며 놓치지 말아야할 것들을 상기하는 용도로 활용하였습니다.
(4) 2차 시험(유예기간)
2019년 2차 시험에서 원가회계를 제외한 4과목에 합격하였습니다. 사실 원가회계는 제일 좋아하고, 비교적 자신 있었던 과목이라 시험을 보기 전에는 떨어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불합격의 원인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원가회계는 다른 과목들에 비해 가장 적은 5문제가 출제됩니다. 그만큼 한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전략적으로 문제를 푸는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할 때 정답율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문제를 골고루 풀지 못하여 다양한 문제에서 점수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한 문제당 배점이 높은 문제를 과감히 버리지 못하여 오랜 시간 동안 풀다가, 비교적 쉬운 문제를 놓쳐 상대적으로 점수를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유예기간에는 '다른 수험생들도 모두 풀 수 있는 문제는 반드시 맞추자.'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유예기간에는 동차 때보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어려운 개념도 다 소화하고자 합니다. 이 때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반드시 챙겨야하는 기본적인 내용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유예생인데 기본적인 내용을 놓치는 것이 말이 되냐는 의문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자신 있기 때문에 대충 보고 넘어가 오히려 실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예생일수록 심도 있게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문제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한 과목만 남기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병행하며 시험공부를 하였습니다. 2018년 학교를 병행하며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려 1유예이지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활용하고자 하였습니다. 다양한 강사들의 모의고사반을 수강하며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건드리기' 위한 연습을 하였습니다. 6월에는 연습서 개념들을 쭉 훑으며 꼭 필요한 필수개념들을 워드파일로 정리하였습니다. 원가회계 시험에는 서술형 출제 비중이 낮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차마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해당 문제와 관련한 개념들을 쓰고 나오기 위한 대비책이었습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틀린 문제들을 다시 복습하고 시험 전날과 당일에 필수개념과 틀리지 말아야 할 사항을 정리한 것을 쭉 읽은 후 시험에 응시하였고 그 결과 제 55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3. 마치며
공부를 하며 때로는 후회도 많이 하고 자책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합격의 날을 꿈꾸며 잘못된 점을 고쳐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효율적이진 않았을지라도 주어진 시간 내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습니다. 빠른 길을 걷지는 않았으나, 제가 실패하고 극복한 경험들을 통해 수험생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때로는 각종 유혹에 쉬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처음 이 공부를 시작한 계기를 떠올리며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의지로 버텨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