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지출이 수입보다 상회한 '확장적 재정'
국세수입 둔화로…올해 국가채무 37.7%→43.9% 급등
"재정지속하려면…장기적 수입확보 방안 논의 필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정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과감한 재정지출에 더해 장기적인 재정수입 확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당초 계획보다 재정지출이 늘어난데 반해 국세수입은 둔화되면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가채무 급증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다면 재정건전성, 국가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KDI는 1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고려해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최대한 통제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의 총수입은 483조원으로, 전년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친다. 반면 총지출(555조8000억원) 증가율 8.5%로 수입보다 크게 상회한 규모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5.4%)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편성된 2009년 추가경정예산(5.0%)을 소폭 상회한다.
KDI는 "재정적자가 높은 수준임은 분명하나, 단기적으로 확대된 재정지출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한다면 현재의 재정여력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문제는 향후 재정 여력이 충분하느냐다. 정부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말 37.7%에서 올해 말 43.9%까지 급등할 전망이다. 세금은 줄어드는데 재정지출이 늘면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실제 1~9월 관리재정수지는 108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같은 달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이 기간 국세수입은 전년보다 13조4000억원이 줄었다.
KDI는 "국가채무가 빠르게 누증될 경우 재정건전성·국가 신용을 저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향후 경기 회복 시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제어할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는 식의 '예산 다이어트'를 과감히 단행하거나, 증세(增稅)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KDI는 "정부가 2060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60%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현재의 재정지출 추세·성장률 전망 등을 고려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강도의 지출구조조정과 재정수입 확보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화정책과 관련 "경기가 견실한 회복 경로에 진입할 때까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대내외 코로나19의 확산세 심화 등으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기준금리를 신속히 인하하고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정책에 대해선 "대출만기 연장, 이자지급 유예, 대출위험 평가기준 하향 조정 등 다수의 금융규제 완화조치가 시행되고 있어 향후 은행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건전성 전반에 대한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손충당금과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