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거래 정보 수집·국제거래 분석 투자땐 탈세 적발 효과 커
미국 IRS 사례 들며…"민간기관과 협업·전문 인력 확대 필요"
정규언 고려대 교수, '사회변화에 따른 세무행정 대응' 논문
◆…국세청 빅데이터센터(사진 연합뉴스)
가상화폐 등을 활용한 역외탈세 흔적을 제대로 쫓기 위해선 과세당국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역외거래에 대한 자료 수집이나 조사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 막 출범한 국세청 빅데이터센터의 자체 능력만으로는 탈세 적발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4일 정규언 고려대 교수는 한국세법학회, 한국세무학회, 한국재정학회, 한국조세연구포럼, 한국국제조세협회에서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사회변화에 따른 세무행정의 대응'이란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현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분야가 발전하면서 세무(稅務)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세무조사만 하더라도 과거엔 표본추출에 의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앞으론 완전한 자료에 의한 쉽고 빠른 조사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짙다. 이 때문에 해당 분야의 발전은 과세당국의 탈세적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
미국은 미래 세무행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 연방국세청(IRS)은 2011년에 OCA란 조직을 만들면서 빅데이터 분석기법에 대한 활용도가 높다.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 탐색 자료, 개인신용평가·신용카드거래 자료 등 상업자료, 자료교환협정에 따라 타 국가에서 제공한 자료 등을 수집해서 빅데이터 분석에 쓴다.
이러한 세무행정은 업무 성과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 IRS는 100달러당 징세비용을 평균 0.35달러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호주에 비해선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8년 늦은 지난해에 '국세청 빅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경비의 사업관련성 판단, 납세자의 자금경색 발생가능성 판단,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행위 판단, 고액체납자 중 추적대상자 선정 등에 빅데이터·AI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법에 대해선 챗봇(대화로봇) 상담서비스에 이용되는 자연어 처리 이외는 알려진 바 없다.
정규언 교수는 "우리나라도 역외거래 탈세는 그 특성상 탐지가 어렵고 조사가 쉽지 않으며, 그 규모도 크다"며 "해외로부터의 역외거래 정보 수집·국제거래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투자는 투자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거래소를 이용하거나 장외거래(OTC) 플랫폼을 이용한 개인 간 가상화폐 거래는 관련 자료 수집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IRS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도 가상화폐다. IRS는 가상화폐 거래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체인어넬리시스(Chainalysis)사와 계약을 맺어 도움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국세청 빅데이터센터가 이제 막 출범했으므로 빅데이터와 AI의 첨단 기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센터의 자체 능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직원에 대한 관련 교육확대, 데이터 분석가와 일반직원의 협업 증대는 장기적으로 탈세 적발의 효율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했다.
일각에선 빅데이터 활용 과정에서의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학술대회에 토론자로 나선 김상술 세무사(법무법인 평안)는 "국세청은 엄격한 통제 관리 절차 등을 통해 개인정보보호(ISO27701)·보안시스템 운영(ISO27001)을 획득했다지만, 미국과 같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서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게 되면 수집·보관 등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한계가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