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은 세금에 관한 부과처분이 판결 등으로 확정되는 경우, 그 판결의 취지에 맞게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새로운 부과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과세대상이나 세목을 변경하여 새로운 부과처분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인에 대한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 과세관청이 그 대표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처분은 종전 부과처분과는 다른 새로운 결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해서는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결하였다.
과세당국은 세법에서 정한 신고·납부기한으로부터 기본적으로 5년 이내에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기간이 경과하면 과세관청은 더 이상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를 제척기간이라 한다. 만약 부과처분이 판결 등으로 확정되면, 과세관청은 제척기간이 경과한 다음에는 그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처분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세법은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통상의 제척기간에 대한 예외로, 세법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 그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새로운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송절차의 지연으로 인한 제척기간의 만료, 혹은 부과절차상의 흠으로 인하여 과세권이 아예 상실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특례제척기간이라 한다.
이러한 특례제척기간이 무제한으로 인정되면 납세자로서는 큰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미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 또 다시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은 특례제척기간의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판결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처분을 하거나, 판결의 당사자와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 온 것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법인의 대표이사이자 100% 주주가 법인의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납부하였다.
그 후 과세관청은 세무조사에서 주식의 매수인이 법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이전받은 사실로부터 거래를 재구성하여 과세하였다. 먼저 법인이 부동산을 매도인에게 양도한 것으로 전제하였다. 그리고 법인이 받아야 할 매매대금을 매도인인 100% 주주가 받아간 것으로 거래를 재구성하였다.
이에 따라 법인에게 부동산 양도에 따른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와 100% 주주가 받아간 돈은 법인이 상여를 지급한 것으로 보아 여기에 대한 소득세 원천세를 과세하였다. 그리고 매도인이 납부한 주식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는 환급하였다. 과세관청의 처리대로 하면 세금이 늘어난다. 법인단계에서 법인세가 한 번 과세되고, 상여로 의제한 부분에 대해 소득세가 또 한 번 과세되기 때문이다.
그 후 법인이 세금을 체납하게 되자, 과세관청은 법인의 세금을 제2차 납세의무자인 매도인에게 부과하였다. 2차 납세의무자로서 위 법인세를 부담하게 된 대표이사는 행정소송을 진행하였고,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과세관청은 이번에는 대표이사에 대하여 주식 양도를 이유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재차 부과하였다.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을 부인했다가, 다시 그 내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표이사는 재차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법인'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과한 종전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라고 하여, '개인'에 대하여 특례제척기간을 적용하여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보았다. 법원이 다시 한 번 납세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특례제척기간의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과세관청의 편의 혹은 조세정의만을 이유로 세법에서 정한 예외를 확대하여 이미 소송까지 거친 납세자의 신뢰를 해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7두3075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