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2시 1심 선고…재판 시작 1년2개월 만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증거인멸 주요 쟁점
선고 결과 따라 검찰 수사 정당성 논란일 듯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이 23일 오후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결론이 오늘(23일) 오후 나온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였다며 정당성을 주장한 반면, 정 교수 측은 표적수사라고 줄곧 강조해온 만큼 선고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이날 오후2시 사문서위조 등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지난해 10월18일 첫 공판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9월 6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조작 등 14개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정 교수를 기소했다.
◆ 동양대 표창장 허위로 발급?…핵심 쟁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 조민씨의 표창장을 허위로 발급해 입시 전형에 활용한 혐의가 재판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퉈졌다. (사진=연합뉴스)
정 교수가 받는 혐의는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 등 크게 3가지다. 먼저 검찰은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해선 업무방해·허위작성공문서행사·위조사문서행사·위계공무집행방해·위조사문서행사 등 15개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정 교수 딸 조민씨의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1차 전형 합격 과정, 2014년 부산대 의전원 최종 합격 과정 등에서 허위 인턴 증명서를 제출한 의혹은 재판에서 중점적으로 다퉈졌다. 정 교수가 딸의 입시 서류를 위조해 대학의 입학전형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공소사실의 핵심이다.
검찰은 조씨가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정 교수가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직인을 이용해 가짜로 표창장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MS 워드 프로그램만 사용할 줄 안다는 정 교수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10월 공판에서 동양대 상장 용지와 프린터를 이용해 법정 시연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조씨가 동양대에서 실제로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에 혐의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총장의 신임을 받고 있어 직인을 대신 찍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의 법정 시연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의 위조 방식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이 밖에 정 교수는 KIST, 공주대, 단국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등에서 허위로 딸의 인턴 확인서를 발급받아 의전원에 제출한 혐의도 있다. 또 산학협력단에 조씨가 협력사업의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한 것처럼 가짜로 신고해 수당 320만원을 챙긴 혐의(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사기)를 받는다.
◆ 코링크PE 횡령 공범?…조범동 재판에선 무관 결론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시조카 조범동씨가 운용한 코링크PE에 10억원을 투자한 뒤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해 회삿돈 1억5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선 정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카 조범동씨가 운용한 '코링크 PE'에 10억원을 투자한 뒤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이자 명목으로 회삿돈 1억5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는다. 코링크PE 사모펀드 출자약정금액을 100억원으로 부풀려 금융위원회에 거짓으로 보고한 혐의(자본시장법상 거짓변경보고)도 적용됐다. 이 밖에 단골 미용사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했다는 혐의(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도 있다.
정 교수 측은 코링크PE에 전달한 10억원은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조범동씨로부터 받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코링크PE 투자사인 WFM 주식을 매수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이용)에 대해서는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만큼 미공개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씨의 횡령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해당 정보가 미공개 정보도 아니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은 정 교수가 동생에게 '강남 건물 꿈'을 언급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모펀드 범행의 동기가 됐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11월 결심공판에서 "민정수석의 배우자인 정 교수가 부당한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신종 정경유착 범행"이라며 "정 교수는 강남 건물주의 꿈을 갖고 막대한 재산증식을 약속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거액을 투자해 특혜성 수익을 보장받는 방법으로 공적 지위를 오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의혹은 이미 조범동씨의 1심에서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 부장판사)는 횡령 혐의에 대해 정 교수가 조씨와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거짓 변경보고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탈법 목적이 없었고 오히려 사기적 부당 거래에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판시했다.
조씨 사건에서 검찰은 1심이 정 교수의 공모 여부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 잘못됐다며 항소한 상태다. 정 교수의 재판부도 정 교수를 조씨의 공범으로 인정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 동양대 PC 증거인멸…자산관리인은 인정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동양대 강사휴게실의 PC와 하드디스크를 은닉하게 한 혐의 등 증거은닉교사, 증거인멸교사, 증거위조교사 혐의를 적용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정 교수는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8월 코링크PE 직원들에게 펀드 투자와 관련한 자료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와 허위 내용이 담긴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증거위조교사)를 받는다. 자산관리인인 김경록씨에게 동양대 교수실의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거주지로 빼돌려 은닉하게 한 혐의(증거은닉교사)도 있다.
정 교수 측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대비하기 위해 자료를 정리했고,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반박해왔다. 나아가 설령 증거를 은닉한 혐의가 있다고 해도 '교사범'이 아니라 '공동정범'이기 때문에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확보한 동양대 PC에 대해서도 정 교수 측은 재판 초기부터 줄곧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동양대 조교와 행정지원처장으로부터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2대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받은 바 있다. 정 교수 측은 정 교수의 컴퓨터임에도 조교로부터 임의제출 확인서를 받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형사소송법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재판부가 동양대 PC를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인정한다면 검찰이 확보한 총장직인 이미지 파일 등에 대한 증거들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위법 수집 증거에 대한 판단을 선고 공판에서 함께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증거은닉교사 혐의와 관련해 김경록씨는 지난 6월 1심에서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정 교수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씨의 재판부는 정 교수가 PC를 은닉하도록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한편 검찰은 11월 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정 교수에게 징역 7년에 벌금 9억원, 추징금 1억6400여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최종 의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됐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의혹 제기에 따라 시작됐으며, '국정농단'과 유사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