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과 관련해 떡값 전달책으로 지목돼 사퇴압력을 받았던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검찰 수뇌부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경기고와 서울법대, 하버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법무부 검찰 1촵2과장과 검찰국장을 거치는 화려한 경력에 삼성그룹 일가라는 배경까지 갖춘 홍 고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인천지검의 대상그룹 수사에서 임창욱 회장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소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이건희 삼성회장의 사돈인 임창욱 회장을 기소하지 못한 배경에 당시 인천지검장이던 홍 고검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홍 고검장은 광주고검으로 옮긴 뒤 지난해 8월 '안기부 X파일' 때문에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X파일 녹취록에 홍 고검장의 친형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에게 홍 고검장을 '전달책'으로 지목해 후배검사들에게 '떡값'을 전달케 한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홍 고검장은 이 문제로 외부의 강한 사퇴압력을 받았지만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 고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에 "삼성떡값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적이 결코 없으며 검사들에게 떡값을 나눠준 사실도 없다"며 "검사생활을 하는동안 검사나 직원에게 삼성과 관련한 어떤 청탁도 하거나 부탁받은 적도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인천지검의 대상그룹 사건에 대해서도 "제게 죄가 있다면 인천지검장으로 발령받은 점과 대상의 임창욱 회장이 조카의 장인이라는 사실뿐"이라며 삼성그룹 일가라는 점 때문에 억울하게 의심받고 있음을 호소했다.
홍 고검장은 정상명 총장에게 사의를 밝히면서 "검찰의 X파일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더 이상 조직에 누를 끼칠 필요가 없다"는 취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사퇴불가' 의사를 굳게 지켜오던 그가 사의를 밝힌 것은 '항간의 의혹 때문에 불명예퇴진 하기보다 의혹이 해소돼 떳떳할 때 내 발로 직접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보로 해석된다.
계속된 구설과 의혹 때문에 상처받은 경력을 감안하면 더 이상 검찰에서 의미있는 인사발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도청사건 수사종료'와 '검찰 수뇌부 인사' 사이 적절한 시점에 사의를 밝혔으리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도청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이 'X파일' 내용에 대한 수사는 제외하고 사건을 종결한 탓에 홍 고검장에 대한 '삼성떡값'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