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1억7천만원 취소→ 2심, 4억2900만원 취소로 사실상 승소
'정유라 말' 세금 1억8천만원·보증금 세금 7천만원 위법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제기한 증여세 소송에서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4일 선고 공판에서 정씨가 최씨로부터 말을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며 관련된 과세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사진=더팩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5억원대의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항소심이 1심 판결을 뒤집고 정씨에게 부과된 세금 대부분을 취소했다. 항소심은 최씨가 말을 정씨에게 증여했다고 본 1심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4일 정씨가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4억9000여만원의 증여세부과처분 중 1억7500여만원을 취소한 1심 판결을, 4억2900여만원의 처분을 취소하는 것으로 변경한다"며 정씨에게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항소심에서는 △경기용 말 4필 증여 △최씨가 정씨 명의로 가입한 보험금 환급금 △최씨 소유의 하남시 소재 토지 및 단독주택 △정씨 명의의 임대차 보증금 반환 △최씨의 대출금 상환 등이 쟁점으로 다퉈져왔다.
이에 대해 항소심은 경기용 말 4필에 대한 증여세 1억8000여만원과 정씨 명의의 임대차 보증금 반환에 대한 증여세 7000여만원은 위법하다며 전부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정씨가 보험금 환급금을 증여받은 것이 맞는다는 1심 판결은 옳다고 봤다.
먼저 '경기용 말 4필'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가 말들을 소유하기 위해 구입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말 구입대금은 최씨가 부담했고, 미성년인 정씨를 위해 말들과 같이 상당한 금액의 동산을 구입하면서 자녀로 하여금 직접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이 통상적인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며 "부모 스스로 소유권을 취득하되 미성년 자녀로 하여금 이를 무상 사용하게 하는 경우를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씨가 말들을 이용해 승마대회에 참가하거나 일상적으로 훈련에 사용했다는 사정, 사용 당시 일일이 최씨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유권이 정씨에게 귀속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말의 처분대금이 정씨에게 귀속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2017년 4월 말 1필의 매각 당시 대금은 최씨의 대리인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보증금 반환금'과 관련한 증여세 부과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최씨가 2016년 9월 보증금을 정씨에게 증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2016년 9월 당시 해외에 체류하고 있었고, 정씨가 최씨 사이에 작성된 보증금반환약정서를 제출했다"며 "실제로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1억2000만원이 정씨의 소송대리인 계좌에 입금됐다가 같은 날 수표로 인출돼 바로 최씨의 계좌로 입금됐다"고 했다.
최씨는 2016년 9월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750만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며, 정씨를 대리해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지급했다가 임대인이 보증금반환 소송을 제기해 강제조정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에 과세 당국은 정씨가 최씨로부터 보증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봤다.
'하남시 소재 부동산'과 관련해선 재판부는 "증여세(4천300여만원), 취·등록세(1억5000여만원) 대납에 관한 부분은 적법하다"면서도 "재차증여가산액의 변동 등을 반영해 일부를 취소한다"고 말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증여세부과처분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세금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더팩트)
과세당국은 정씨가 어머니인 최씨로부터 재산 일부를 물려받았다고 보고 2017년 11월 5억여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정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과세당국은 정씨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최씨로부터 경기용 말 4필의 구입대금 총 4억300만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봤다. 또 최씨가 정씨를 계약자와 피보험자로 해 보험금을 납부한 사실도 파악됐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최씨는 2004년 정씨 명의로 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납부했고, 정씨는 2014년 약 6100만원의 만기환급금을 받았다.
최씨 모녀가 거주했던 아파트의 보증금도 정씨 소유라고 판단해 증여세를 물렸다. 최씨 모녀는 2016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를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750만원에 계약했다가 최씨의 구속으로 계약이 해지되자 집주인으로부터 1억2000만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최씨 모녀가 구입한 경기도 하남시 소재의 부동산도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최씨 모녀는 2016년 2월 하남시 하산곡동의 토지 223평(773㎡)과 84평(280㎡)의 대지 및 건물 72평(240㎡)을 사들였다. 정씨는 최씨로부터 현금 증여받은 것으로 토지 취득가액을 계산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했지만 과세당국은 재산가액을 과소 신고했다고 보고, 2억6600만원을 거래가액으로 다시 계산해 세금을 부과했다.
정씨 측은 "말들을 교육훈련과 경기용으로 잠시 이용만 했을 뿐 처분할 권리가 없었다"며 "보험금 부분도 모든 법률행위는 어머니인 최씨가 혼자 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파트 보증금과 관련해서도 정씨 측은 "어머니 명의로 계약이 어려워 자신의 명의로 계약했을 뿐 보증금 반환금액은 어머니의 계좌로 입금됐으므로 어머니가 보증금의 실소유자"라며 과세에 반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