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법원 "고의성이 확고하고 은닉한 증거 중요성 적지 않다"
정경심 요청에 따라 하드디스크 숨긴 점 등 참작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본체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가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연구실과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본체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동일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김예영·이원신·김우정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된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에게 "원심의 형이 무겁거나 가볍지 않아서 양형 부당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김씨와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고의성이 확고하고 은닉한 증거의 숫자 등으로 볼 때 그 중요성도 적지 않다"며 "하드디스크 한 개는 아예 발견조차 되지 않아서 증거로 사용되지 못했고, (하드디스크에는) 정 교수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활동, 정 교수와 동생의 코링크PE 관련 대화 등 중요 증거들이 다수 있어 피고인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모펀드 투자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에게 도움을 이미 주고 있었고,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어서 곧 (정 교수의) 자택이나 동양대를 압수수색할 수 있고 정 교수의 PC가 중요 증거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정 교수의 지시에 따라 하드디스크 2개를 교체하고 자택의 하드디스크 3개를 건네받아 차량이나 헬스장에 숨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 교수의 요청에 따라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주도적으로 범행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PC 본체와 하드디스크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점 등을 볼 때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관리인으로 활동한 김경록씨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택과 학교의 PC 하드디스크를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연합뉴스)
김씨는 정 교수의 요청을 받고 정 교수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와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 1대를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직전인 2019년 8월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증거를 은폐할 목적으로 김씨에게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를 은닉하라고 지시를 받아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지난해 6월 김씨가 정 교수의 부탁에 따라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부분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증거를 은닉했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는 정 교수에 대한 압수수색이 개시될 사정을 알자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본체를 은닉하는 대담한 범행을 저질러 국가 형벌권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적극적으로 범행한 근거로 1심 재판부는 김씨가 2019년 8월 정 교수로부터 하드디스크를 건네받을 당시 정 교수와 나눴던 대화를 들었다. 김씨는 정 교수에게 "(하드디스크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해드릴까요?"라고 물었지만 정 교수는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많으니 잘 간직하라"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1심은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수사기관에 먼저 임의로 제출한 점, 정 교수를 통해 본체를 제출한 점, 하드디스크에서 자료를 삭제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했다.
김씨와 검찰 양측은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