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에 실탄 발사
10대 소년과 중년 남성이 총격으로 사망
"경찰이 구급차에도 총을 쐈다…살기 위해 뛰어야 했다"
시위대, 유엔과 미국 등 국제 사회의 도움 절실
◆…미얀마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시위에서 해산하는 자국민에게도 총격을 가하는 등 유혈진압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0일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실탄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10대 소년과 중년 남성이 사망했다.
군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시위대가 폭력 선동을 금지하는 기준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달레이에선 조선소 노동자들이 전국 파업에 동참해 군경과 대치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된 상황.
가디언과 인터뷰한 흘라(가명·23)는 당시 음반 매장에서 시위 전단을 인쇄하고 있었으며 경찰이 시위대가 흩어지면 철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경찰봉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경찰이 도로를 봉쇄해 인근 지역으로 피신하고 있는 가운데 중년 남성이 그의 배와 무릎에 총탄을 맞는 것을 목격했다며 "총탄이 관통해 인대가 보였다"고 전했다.
심지어 경찰은 부상자들이 실려있는 구급차에도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그는 "주변에 피가 흘러넘쳤다. 사람들이 구급차에 총격을 멈추라고 경찰에 손을 들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나는 살기 위해 뛰어야 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투입된 부대는 2017년 로힝야족 학살 사건에 연루된 제33 경보병 사단 소속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신문 이라와디는 시위 현장에서 제33 경보병 사단을 의미하는 숫자 '33'이 새겨진 전투복을 입은 군인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관영 MRTV 방송에서 22일에 더 큰 규모의 시위가 있을 것으로 보이자 경고했다.
군부 관계자는 "폭도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이 22일에 시위를 일으킬 것으로 밝혀졌다. 시위대가 특히 감정적인 청소년을 선동해 그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0일 사망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수천 명이 모였다.
흘라는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혁명이 될 수 있다. 지역 국가뿐만 아니라 유엔, 미국의 외부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곤에선 시위대가 "유엔이 행동하기까지 몇 명이 더 죽어야 하는가"라는 팻말을 펼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를 향한 실탄 사용으로 국제사회가 일제히 규탄 성명을 내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평화롭게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무력과 위협,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버마(미얀마) 군부가 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위 참가자와 다른 인사들을 구금, 공격하고 있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버마 국민의 편"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쿠데타에 반대해 군부에 억류된 인사가 최소 569명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