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형법 307조1항 '합헌'
헌재 "표현의 자유 침해 아니다"…5대4 합헌
4명 재판관 "과잉금지원칙 위반, 일부 위헌"
◆…헌법재판소는 25일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한 형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가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25일 사실을 공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해당 법 조항은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5대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명의 청구인이 형법 307조 1항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을 병합해 심리했다. 청구인 A씨는 2017년 반려견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됐다며 담당 수의사의 실명과 진료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려고 했지만, 형법 조항으로 인해 수의사 실명을 거론할 수 없게 되자 헌재에 판단을 구하는 심판을 냈다.
청구인 B씨의 경우 2016년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 재판 도중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관련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에서는 형법 307조 1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과잉금지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이 헌법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목적의 정당성·수단의 적합성·침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을 말한다.
이에 대해 헌재는 해당 형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의 요건을 모두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5명의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하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먼저 '목적의 정당성'과 관련해 헌재는 "오늘날 사실 적시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 처벌하는 것은 그러한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해 상당한 억지효과를 가질 것"이라며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했다. '침해의 최소성'에 대해서도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호법익(외적 명예)의 특성과 사회적으로 명예가 중시되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타인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손해배상청구 또는 형사고소와 같은 민·형사상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가해자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에 심판대상조항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며 '법익의 균형성'도 있다고 봤다.
반면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일부 위헌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