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증권사 순자본비율 978%…전년비 227.5%p 증가
IB·해외영업 위축, 부동산PF 규제, 증권사 대형화 영향
증권사들의 지난해 말 순자본비율(NCR)이 2019년 말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은 1년 사이 800%포인트 넘게 증가하며 개선폭이 가장 컸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도 500%포인트 넘게 늘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감소했다.
26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20대 증권사의 지난해 말 순자본비율은 978.0%로 전년 750.5% 대비 227.5%포인트 증가했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자기자본에 비유동성 자산 등을 차감)에서 총위험액(보유자산의 손실예상액)을 차감한 금액을 업무 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다.
증권·선물사는 순자본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여야 한다. 이에 미달시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계별로 경영개선조치를 받게 된다.
증권사의 NCR이 증가한 데는 증권사들의 총위험액보다 영업용순자본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대 증권사의 지난해 말 총 위험액은 26조2060억원으로 전년 24조4510억원 대비 1조7549억원 늘었다. 영업용 순자본은 51조1733억원으로 전년 43조6118억원 대비 7조5615억원 늘어 위험액 증가분을 4배 넘게 상회했다.
지난해 전세계 코로나19로 인해 IB 부문의 영업활동이 부진하고 공격성 해외 투자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에 제한되며 총위험액 증가세가 전년보다 다소 위축돼 NCR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PF 등에 대해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용 자기자본 확충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NCR이 개선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부동산PF와 관련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한도를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정하면서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본은 지속적으로 늘리면서도 위험 투자 관리에 나서는 흐름도 이어졌다.
발행어음 업무 등을 할 수 있는 초대형IB 인가 조건에 충족시키기 위한 증권사 대형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20대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19개 증권사는 지난해 대비 NCR이 늘었지만 NH투자증권은 오히려 줄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3조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인가를 받은 증권사와 그렇지 못한 증권들 간의 격차도 뚜렷했다. 8개 대형IB 증권사는 NCR이 모두 1200% 대를 넘었다. 900%대인 자본 2조원대 키움증권을 제외하면 다른 11개 증권사는 300~600%대에 불과했다.
이 중 미래에셋대우가 순자본비율 1987.0%를 기록, 증권사 중 가장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보였다. 총위험액이 4조4809억원에서 4조8682억원으로 3873억원 증가했음에도 영업용 순자본은 더욱 많이 늘리며 NCR이 258.9%포인트 개선됐다. 이 증권사의 지난해 말 영업용순자본은 7조5352억원으로 전년 6조8005억원 대비 7347억원 증가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1825.7%, 1674.0%로 전년보다 각각 565.6%포인트, 456.6%포인트씩 NCR을 늘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용순자본을 전년대비 9501억원 늘리며 전체 증권사 중 가장 많이 확충했다. 신한금융투자도 7158억원이 증가하며 총위험액 증가세를 크게 상회하며 NCR을 끌어올렸다.
메리츠증권은 20대 증권사 중 재무건전성이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 증권사의 지난해 말 NCR은 1659.6%로 전년 827.2% 대비 832.4% 급증했다. 이 부문 순위도 전년 8위에서 4위로 올랐다.
영업용순자본이 전년 3조4527억원에서 4조1093억원으로 6566억원 증가했음에도 총위험액은 2조3392억원에서 1조8753억원으로 오히려 4639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20대 증권사 중 총위험액이 전년대비 감소한 곳은 메리츠가 유일하다. 이 증권사는 부동산PF의 비중이 증권사 중 가장 높은데 금융당국이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 등 모험자본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위험 투자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지주사인 메리츠금융지주로부터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는 등 자본 확충을 활발히 한 점도 NCR이 대폭 개선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은 1528.7%의 NCR로 전년 대비 653.1%포인트 급증했다. 20대 증권사 중 두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지난해 말 총위험액은 2조3273억원으로 전년대비 2878만원 증가에 그친데 반해 영업용 순자본은 4조3149억원으로 전년 3조4658억원 대비 8491억원 급증하며 NCR이 크게 늘었다.
다른 대형 증권사인 KB증권(1474.1%, 6위) NH투자증권(1226.0%, 7위), 하나금융투자(1214.6%)가 1200%대를 돌파하며 6~8위에 포진했다.
이 중 NH투자증권은 NCR이 2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이 증권사는 전년 1307.7%에서 1226.0%로 1년 사이 81.7%포인트 감소했다. 1년 사이 영업용순자본은 2911억원 늘어난 반면 총위험액은 이를 상회하는 3973억원이 증가하며 NCR이 줄었다.
대형IB에 속하지 않은 증권사 중에서는 키움증권의 개선세가 돋보였다. 키움은 지난해 말 966.0%의 NCR을 기록해 전년 462.9% 대비 503.1%나 급증했다. 순위도 13위에서 9위로 올랐다. 총위험액은 1년 사이 607억원 증가한 반면 영업용순자본은 1조5585억원에서 2조2790억원으로 7205억원 급증하며 NCR이 크게 개선됐다.
반면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의 NCR은 300~600%대에 그쳤다. 1200%를 상회하는 대형IB 그룹과 큰 편차를 보였다.
신영증권(653.8%, 10위), 교보증권(638.9%, 11위), 이베스트투자증권(615.7%, 12위), 유안타증권(599.1%, 13위), 한화투자증권(558.6%, 14위), 하이투자증권(519.9%, 15위), 현대차증권(507.5%, 16위)이 500%를 넘겼다.
대신증권(487.0%), IBK투자증권(423.4%)이 400%대를 기록했다. DB금융투자(334.6%)와 유진투자증권(321.0%)은 300%대 그치며 20대 증권사 중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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