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근 개인전 ‘마음의 풍경’…석채로 빚어낸 담백함

석채화로 유명한 김만근 화백이 오는 11일부터 4월 10일까지 한 달간 서울 종로구 본화랑에서 '마음의 풍경'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연다. 

   

석채화부터 판화, 조각까지 다양한 표현기법을 연구하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쳐온 김만근 작가는 자신만의 철학을 드러내는데 사용하는 가장 순수한 예술적 원천이며 작품을 이루는 조형성의 토대인 재료로 석채를 고수해오고 있다. 

그에게 돌은 단순한 예술 매체를 넘어 실험과 탐구의 대상이다. 그처럼 표현 재료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개발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우리 강산의 자연석과 흙을 채취하여 곱게 빻고 갈아 천연 석채를 만들 뿐 아니라 두터운 재료를 화면에 고정시킬 접착물로 다양한 아교 연구를 지속하였다. 

김만근 작가의 손맛에서 나온 순도 높은 광물성 안료는 변색과 퇴색이 없고 자연스러운 광택이 나는 고급 재료로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을 주면서도 깊이 있는 무게감을 준다.  

작품을 바라보면 자연을 바라볼 때와 같은 편안함을 주며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천연 재료가 주는 선물이다. 천연광물질에서 얻은 색감은 수채나 아크릴과 같은 인공적인 합성 재료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에 표현된 미색이나 청색 따위의 색채는 인위적 자극이 배제되어 간소하지만 담백하고 은은한 멋을 낸다. 이는 오늘날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지는 자극적인 색채에 현혹된 우리의 시각을 정화시키며 편안한 휴식을 선사한다. 

김만근 화백의 작품이 지닌 특유의 서정성은 향토적, 토속적인 조형적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우직하고 투박한 미루나무와 그 위에 앉아 있는 참새의 모습은 정겨운 옛 시절을 형상화하며 어린 시절의 고향의 따스한 정경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 속 인간상은 서로의 어깨에 포근히 기대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나무 밑에서 사색하는 모습 또는 어수룩한 바보들의 해학적인 모습 등은 가식없는 순수한 모습으로 작가의 휴머니즘적 시선을 보여 준다. 

그는 심상적 이미지를 간결한 추상적 형태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석채의 물성에 따른 독특한 질감을 이용해 시간이나 마음의 흐름에 대한 관념적 이미지를 유선형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표현하는데 그것은 마치 마음인 듯, 강물인 듯, 나무껍질인 듯, 세월인 듯한 상념을 이끌어낸다.

 

흘러가는 것들에 대한 심상적 풍경을 자연적 정서를 지닌 돌과 흙으로 그려낸 순수 추상회화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마음'을 주제로 한 그림을 보며 명상을 하노라면 마음이 절로 고요해져 평온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