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정원 직원들에게 민간인 사찰 지시, 다시 판단하라"
원세훈 직권 남용 혐의 1심 대부분 유죄, 2심 일부 무죄
원세훈, 직권남용·국고손실 등 혐의로 총 9차례 기소
◆…대법원이 1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재심리해야 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재심리하라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민간인을 사찰하는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직권남용 무죄 등 일부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 원세훈이 직권을 남용해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직권남용으로 인한 각 국가정보원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판결했다.
원 전 원장의 혐의는 크게 △정치관여 행위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 △국정원 예산 유용에 따른 범행(특가법상 국고등손실 및 업무상 횡령) △뇌물 공여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불법 사찰을 위해 국정원 내 공작팀을 운영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유력 정치인 및 민간인을 상대로 불법 사찰을 벌인 혐의를 받았다. 이와 함께 '민간인 댓글부대'에 국정원 예산 65억원을 사용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억원 상당의 특수활동비와 현금 1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원 전 원장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다만 배우 문성근, 재미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 등 민간인 사찰 혐의 일부와 야권 출신 지자체장과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원 전 원장이 개인 목적으로 특활비를 사용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사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1심 형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격정지 기한은 5년으로 낮췄다.
대법원은 2심의 심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는 직권남용죄 일반에 적용되는 법리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처벌 조항의 입법 경위와 그 취지,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 국정원이 담당하는 직무 및 그 직무수행 방식의 특수성, 국정원 내부의 엄격한 상명하복의 지휘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한편 원 전 원장은 지난 2018년 국정원 직원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앞서 2016년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이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