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17일 취임 후 49일만 첫 수사지휘권 발동
'대검 부장회의' 열어 재소자 김모씨 기소 가능성 심의 지시
법무부 감찰관실·대검 감찰부 '합동감찰' 주문
박범계 "대검 실체진실 발견 위해 최선 다하지 않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취임 이후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를 5일 앞두고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해당 의혹이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은 지난 1월 28일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자 현 정부 들어 3번째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17일 오후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 장관은 (한명숙 사건과 관련해)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개최해 재소자 김모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기 바란다고 지휘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감찰부장, 감찰3과장, 임은정 검사로부터 사안 설명 및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특히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증언 내용(2011년 3월 23일 증언)의 허위성 여부 및 위증 혐의 유무, 모해 목적 인정 여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과 동시에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의 '합동 감찰'도 지시했다. 대검의 수사 절차가 위법·부당했다고 보고 수사 관행에 대해 전반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법무부는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민원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 내지 제보자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 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해 이 사건에서 드러난 위법·부당한 수사절차 및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와 개선방안을 신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박 장관은 '한명숙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엄정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 첫 수사지휘권 발동 이유…"대검 조사 불공정"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사를 담당했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을 배제하고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과정을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장관이 취임 이후 49일 만에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배경에는 '한명숙 사건'의 조사 과정 및 결과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검이 사건을 담당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부여된 수사권에 부정적이었고, 주임검사를 변경하면서 불기소 처리된 과정이 미심쩍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장관은 이날 수사지휘서를 통해 "대검이 실체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요 사안임에도 그동안 계속해 사건 조사를 담당해 온 감찰부장과 임은정 검사가 최종 판단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사건 처리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결론의 적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검찰 수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고려할 때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면서도 "이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와 관련해 그간의 잘못된 수사 관행과 아울러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의적 사건배당과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임 연구관의 직무 배제와 직접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대검 연구관 회의를 거쳐 내려진 혐의없음 처분이 이날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게 된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임 연구관은 지난해 9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 사건의 검토·조사를 지시받아 조사를 진행해 왔다. 임 연구관은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직 발령을 받아 수사권도 확보한 상황이었지만, 대검은 법무부에 법령해석을 요청하며 임 연구관의 사건 담당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후 임 연구관은 지난달 26일 재소자 2명을 모해위증으로 입건해 기소하는 한편, 수사팀에 대한 감찰·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 직전인 지난 2일 불입건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
결국 대검은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관 회의를 거쳐 지난 5일 "과거 (한 전 총리) 재판 관련 증인 2명 및 전현직 검찰공무원들에 대한 모해위증·교사·방조 민원사건에 관해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관련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특히 한 감찰부장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수사팀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내부에서 마찰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감찰부장이 수사팀의 무혐의 처분 결재를 끝내 거부하자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이 조남관 차장(총장 직무대리)에게 직접 보고해 결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재소자 한모씨를 대리한 신장식 변호사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조남관 차장과 허정수 차장에게 묻는다.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에 한 감찰부장이 함께 했느냐"며 "법무부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은 대검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경위와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며 수사지휘권 발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 과천청사 출근길에 "기록을 자세히 살펴봤고 오랫동안 심사숙고했다. 오늘 중에는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수사지휘권 발동을 시사하기도 했다.
■ '한명숙 사건' 시효 만료 전 의혹 밝혀질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혐의 관련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은 공소시효를 불과 5일 앞두고 있어 이른 시일 내 실효적인 조사가 가능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한 전 총리 재판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증인 1명의 공소시효는 지난 6일 만료됐지만, 나머지 1명에 대한 공소시효는 오는 22일 만료된다. 이들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던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와 구치소 동기다.
윤 전 총장 검찰 체제에서 이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한 감찰부장과 임 연구관이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해 어떤 의견을 낼 것인지도 관심사다. 임 연구관이 배제된 채 감찰3과장이 주임검사로 지정된 배경과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관들이 회의를 진행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경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박 장관이 이날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또다시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미애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을 요구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윤 전 총장에게 가족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지 말라며 추가로 발동하며 대검과 법무부 간 마찰이 발생했다.
